대학생 10명 중에 적어도 2명은 현재 ‘연애 중’이다. 머리 위에 연애 중이라고 푯말을 걸어 놓은 것도 아닌데 화색이 도는 그들의 얼굴은 언제나 눈에 띈다. 하지만 딱 3개월이 지나니, 마치 3개월짜리 콩깍지에서 이제야 눈을 뜬 것처럼 조금씩 안 좋은 면이 보인다. 티격태격 다툼이 늘어나고 연락횟수도 현저히 줄어든다. 이 때 그들의 연애수명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데이트’다. 계속 돈만 쓰고, 시간이 아까운 데이트로 수명을 확확 줄일 것인가, 아니면 이야깃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는 효과적인 데이트를 하느냐. 그들 손에 달려있다.
몸에 익은 소비성 데이트
2년 연애경력의 성균관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씨는 요즘 데이트에 심히 회의를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다 지나갔는데 이제는 시간을 때울 ‘거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밖에만 나가면 지갑에서 돈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교내커플이다 보니 거의 매일 만나게 되는데 영화보고 밥 먹고 커피마시고, 이렇게 지출하는 돈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르바이트 월급의 반 이상을 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소비지수는 어느 정도나 될까?
지난 2002년 국민은행 연구소가 우리나라 20대 직장인과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대의 소비·금융 행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월 소득 대비 소비지출비용은 86.8%로 미국(66%)과 일본(72%)에 비해 크게 높다. 한 대학의
조사결과(학부생 300명 대상), 한 달 평균 수입이 주로 20~40만원에 평균 지출 또한 20~40만원이었다는 사실을 추가로 본다면 대학생의
소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소비뿐인 데이트가 나오게 된 제 1의 원인은 바로 ‘돈 필요 없는 장소의 부재’이다. 대학생은 돈 쓸 곳이 많다. 눈에 보이는
물건을 사는 것도 있지만 ‘장소’와 같은 공간도 그들에게는 값으로 매겨져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도 쉽지가 않다. 이런 환경은 곧
대학생에게 ‘장소=돈’이라는 생각을 흡착시켜버렸다. 이런 현상은 색다른 데이트 공간을 찾아 헤메는 대학생 연인 사이에서는 더 심해진다.
영화 한 편을 보는데 적어도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1인당 8,000원짜리 영화를 한 시간 반 정도 본다고 하면
우리는 1분에 90원 정도를 꼬박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대의 20대에게 문화는 자신에게 하는 투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문화생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 만남마다 반복되는 ‘영화보기’는 이미 문화생활의 개념을 넘어선, 돈쓰기에 불과하다. 서경대에 재학 중인 채씨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그 한 달 동안 개봉했던 영화를 전부 다 봤다. 비디오용이라고 생각했던 영화까지 몽땅 영화관에서 보고나니 돈 아깝다는
생각만 남았다”고 말했다.
원인을 알면 해답이 보인다
조지혜(문헌정보 2)학우는 “정보화 사회이니만큼 데이트에도 정보가 필수인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더 좋은
곳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데이트장소물색을 추천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는 다양한
절약형 데이트코스와, 싼 값의 맛 집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없는 활동을 동아리처럼 모아 활동하는 클럽들이 많이 있다.
계절 스포츠인 수상레포츠나 스키처럼 외부활동이 자주 이루어지는 클럽의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긴 하지만, 대부분 단체신청으로 싼
값에 기본적인 기술을 모두 배울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외부활동이 부담된다면 퍼즐, 큐브클럽 같이 가볍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클럽
모임도 좋다. 공부하는 커플을 위해서는 세미나 혹은 스터디 클럽에, 악기에 취미를 가진 커플이라면 정기연주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미 있는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대학생은 갈 곳이 없다. 버는 돈은 한정되어있고 그 안에서 해결해야 될 일은 넘쳐난다. 그렇다고 연애를 포기할 수도, 연애에 드는
돈 때문에 나머지 일을 멈출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더욱 현명하게 내 연애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그냥저냥 흘러가는 데이트가 아닌
준비 된 데이트가 연애수명은 길게, 주머니 사정은 가볍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