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 최준영 (도서평론가)
  • 승인 2008.04.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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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선사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찰스 다윈, 프로이트.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닐뿐더러 인간 역시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진화의 산물이고, 이성과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게 인간의 삶이라는 등의 주장을 내놓은 이들입니다. 그렇기로, 인간에게 치욕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자부할만한 것도 있습니다. 그 대푯값이 사랑입니다. 서로 마주보며 섹스하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입니다. 인간에게 섹스란 번식의 수단이 아니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징표이며 사랑의 확인입니다. 파트릭 르무안의 <유혹의 심리학>이 하는 말입니다.


4월의 캠퍼스는 열병을 앓습니다. 담장에 흐드러진 개나리범벅과 이따금 얼굴을 훑는 봄바람조차 캠퍼스의 열병을 치유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사랑의 열병을 앓는 수백수천의 청춘들이 뿜어내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4월의 캠퍼스는 지레 앓고, 지레 털고 일어서게 마련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시인 T.S 엘리어트에게 ‘가장 잔인한 달’이었던 4월은, 역시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도 지독한 설렘과 떨림으로 몸서리치게 하는 달입니다.


그래섭니다. 올 4월 농사가 1년, 아니 일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사랑의 열병에 빠져들게 될 새내기들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이야기를 해볼 참입니다. 먼저 사랑의 전도사 알랭 드 보통을 ‘강추’합니다. 특히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거의 필독서에 가깝습니다. 열정과 냉정, 철학적 이성과 파토스적 감성, 욕망과 절제의 이중주를 현란하게 변주하는 보통의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박제된 ‘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역설이 아닌 생동하는 열정으로 길어올린 사랑의 철학들이 기품있습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7월 24일 거리> 역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 특히 새내기 여대생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7월 24일 거리>는 분명 감성소설이긴 하지만 거기 뜻밖에도 냉철한 자기 점검을 요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소설을 이끄는 일관되면서도 독특한 모티브가 ‘인기 없는 여자의 10가지 특성"이어섭니다. 일테면 인기 많은 남자만 좇는다.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으려 한다.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등. 사람은 얻되 사랑은 잃는 전형의 소개가 그것입니다. 한번쯤 ‘난 아무것도 꿀릴게 없는데, 왜 괜찮은 남자가 꼬이지 않는 거지? 하고 고민하셨던 분이라면, 이소설의 모티브가 굉장히 유익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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