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만 조선 여성이여 오라, 다 내게로 오라
일천만 조선 여성이여 오라, 다 내게로 오라
  • 한상권(사학) 교수
  • 승인 2008.04.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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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④]

종다리 예배당에서 시작된 여성교육
1920년 4월 19일 차미리사는 시내 도렴동에 있는 종다리(宗橋) 예배당에서 부인야학강습소를 열었다. 배화학당 사감 시절부터 운영해 오던 야학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적어도 자기의 손으로 편지 한 장을 쓸 줄을 알아야만 하겠고 남이 써 놓은 것을 대강은 알아보아야만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타는 마음 끓는 정성으로 밤이나 낮이나 지식을 원할지라도 아직은 아무도 그들에게 지식을 주지 아니함으로 그들은 이때까지 홀로 답답한 마음을 억제치 못하고 지내오더니 다행히 이번에 조선여자교육회라는 기관이 생기어서 그네들 아낙네의 갑갑한 것을 풀어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로 노력한다 함은 이미 보도하였거니와 지난 십구일 월요일부터 동회에서는 특별히 가정에 있어 지식을 얻을 기회가 적은 아낙네들을 위하여 종다리 예배당 안에 여자야학회를 열게 되었다.

차미리사가 여자야학을 처음 시작한 곳은 교회 예배당 가운데 모서리 종탑 아래층이었다.

학생들은 거의가 시집살이 하는 가정부인
부인야학강습소에 나오는 학생들은 거의가 집안에 들어앉아 있던 가정부인으로 시집살이에 쪼들리는 이들, 무식하다고 남편에게 구박받는 이들, 남편에게 소박 받은 이들, 일찍이 교육을 받지 못한 설움에 울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시부모나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야간에 외출하는 문제로 남편이나 시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치마를 쓰거나 가마를 타고 배우러 오는 등 놀라운 향학열을 보였다. 이러한 사정을 차미리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처음에는 강연도 하고 또 가정을 하나씩 찾아도 다녔었는데 맨 처음에는 열세 명이 왔더구만요. 그리고 일주일쯤 지나니까 한 오십 명되더니 한 학기를 지나고 다음 학기를 시작할 때에는 일백 한 오륙십 명되었습니다. 대개는 유학생의 부인이 많았어요. 밤에 오면서 치마를 쓰고 오는 학생도 있었답니다.”

부인야학강습소는 설립 당시에는 학생 수가 10여 명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지원자가 꾸준히 몰려들어 한 달 만에 100여 명이 될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당시에는 가정부인이나 혹은 학교에 못 간 사람이 배울 만한 교육기관이 없었고 물론 학교에서도 입학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성여대는 여성교육의 발상지
1921년 한 해에만도 안성여자야학교, 원산여자야학강습회 등 무려 21개의 여성 야학이 우후죽순처럼 창립되었다. 이로 볼 때, 1920년 차미리사가 설립한 조선여자교육회 산하 부인야학강습소는 조선 여성 교육의 발상지가 되는 셈이다. 비록 6개월도 미치지 못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차미리사의 부인야학강습소는 종탑 교실에서 잉태되고 탄생하였다. ‘조선에서 처음 보는’ 토착 여성교육운동의 효시였다. 부인야학강습소는 종다리교회 종탑에서 태어나 걸음마를 할 수 있는 단계에서 염정동 새문안교회로 옮겨갔다가 청진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근화학교로 성장하였다.

근화를 뿌리로 하는 덕성여대는 조선 여성의 힘으로 여성교육을 시작한 1920년 4월 19일을 개교기념일로 삼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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