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회에 매스를 들이대다
영화, 사회에 매스를 들이대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8.05.0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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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매력을 지닌 다큐멘터리 영화의 외침


대학생의 가장 보편적인 문화생활 중 하나는 영화 관람이다. 7천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고 관람 후 할 얘깃거리도 생기니 사랑받을 법하다. 긴장감이 넘치며, 엄청난 음향과 CG를 자랑하는, 눈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영화계에 심상치 않은 돌풍이 있으니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돌풍의 주역은 영화 <화씨 9.11>로 다큐멘터리 장르 최초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미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와 개봉 5주차에도 전국에서 상영 요청이 쇄도해 장기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황윤 감독의 환경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이다. 일반 상업영화처럼 잘난 배우가 나오지도 않고, CG가 화려하지 않은 두 영화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두 영화의 두려운 사실들이 우리 사회를 꼭 닮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 사회를 향한 외침이기 때문이다.

현실이기에 관객도 사회도 뜨끔
영화 <식코>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제도의 폐해를 밝히고 전 국민 대상 의료보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턱없이 비싸진 치료비에 고통받는 국민들과 제약회사들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가 의원들과 대통령의 머리위로 나타나는 장면은 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가 관객들의 말초를 자극하는 이유가 있다. 무릎에 난 상처를 스스로 꿰매는 사람을 향해 곧바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신랄한 ‘현실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로드킬’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로드킬이란 동물이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로드킬 연구팀의 뒤를 좇으며 지리산을 둘러싼 88고속도로, 섬진강변 도로, 산업도로(19번 국도)에서 벌어지는 로드킬을 조사하고 화면에 담았다. 화면에는 피 흘리는 멧토끼, 처참히 눌린 부엉이 등이 출연한다.


이렇게 두 영화가 이슈가 된 데에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 한 몫 했다. 영화 <식코>는 ‘의료보험 민영화’를,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가 각각 뒷배경이 됐다.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슈와 어찌 그리 닮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관객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이 아닌 ‘사실’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있기에 이러한 여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외 사회의 현실적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성찰적으로 그려낸 변영주 감독의 영화<낮은 목소리>시리즈, K리그 꼴찌팀 인천 유나이티드팀의 역경을 소재로 한 축구 다큐멘터리 영화<비상>등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 나있는 작품들이 있다.

   
▲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식코>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두 개의 시선
농도 짙은 사회 비판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개봉 후 여러 이슈를 낳는다. 그 이슈의 화살은 영화 자체적 이슈보다는 영화를 제작한 감독들에게 향한다. 특히 마이클 무어 감독에 대한 여론이 그렇다. 그를 비판하는 자들이 자주 쓰는 단어는 ‘선동’이다. 마치 영화의 내용만이 100% 진실인 양 교묘하게 연출해 관객들을 세뇌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식코>로 인해 ‘의료보험 민영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한 대학 교수는 칼럼을 통해 영화 <식코>와 여론의 반응에 유감을 표했다. ‘미국 사례를 우리 현실인양 호도하면서 세력을 결집해 악용하려는 시도’라며 감정적 호소와 시각적 조작으로 국민을 선동하려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비판의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상황설정이 작위적이라면 이는 관객에게 ‘해로운’ 영화로 낙인찍힐 수 있다.


그러나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의 환경 강연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영화 <불편한 진실>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대변한다. 지난 해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지구 온난화와의 전쟁’이라는 시대의 큰 흐름에 합류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 결과 영화 <불편한 진실>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뿐만 아니라 시상식을 ‘녹색 환경쇼’로 내세우며 투표용지를 재생용지로 부분 제작했고 스타들의 시상식장 이동에도 연료겸용(하이브리드) 차를 이용해 이목을 끌었다. 이와 같이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만큼 영화 등의 영상물은 우리의 의식을 사로잡는데 효과적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현실 비판은 상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감독과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소통의 정도가 나타나는데 다큐멘터리 영화의 경우 극 영화보다 감독과 관객의 소통 정도가 매우 높다. 이것은 관객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되던 개그 코너 중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라며 마무리 짓는 코너가 있었다. 시청자들이 자신의 과장된 상활극을 보고 사실로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다큐는 다큐 일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꼬리표가 붙어야 할까?
다큐멘터리 영화는 극 영화가 미처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의 이면을 성찰하고 폭로해 왔다. 그러던 와중에 대중성까지 획득하고 있으니 ‘오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일단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촬영해 상영한다. 그 뒷편의 진실을 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니 굳이 ‘오해 주의’라는 꼬리표는 붙지 않아도 될 듯하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극 영화에서는 감독이 신이다. 다큐멘터리에선 신이 감독이다.” 그만큼 실제 세계는 경이로워 다큐멘터리를 찍다보면 신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불편한 진실, 무관심에 지나쳐버린 세계 등 사회가 놀랄만한 ‘경이로운’ 다큐멘터리를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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