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방방곡곡을 누비는 만리 대장정을 떠나다
조선 방방곡곡을 누비는 만리 대장정을 떠나다
  • 김용자(사학) 교수
  • 승인 2008.05.0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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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되,네 생명을 살아라]

차미리사는 3·1운동이 발발한 후 1920년 조선여자교육회를 조직하고 산하에 부인야학강습소를 설치하였다. 그가 주 교육 대상으로 삼은 여성들은 적령기 학생들이 아니라, 여성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배움의 기회로부터 소외된 가정부인들이었다. 조선여자교육회에서는 1921년 순전히 여성들로만 구성된 전국순회강연단을 조직하여 이들 가정부인들을 대상으로 낡은 관습 낡은 사상 타파, 생활 개조, 여성 교육, 여성 해방, 남녀평등, 신문화 신사상을 고취하는 계몽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전국순회강연회에서 모은 성금으로 청진동에 사옥을 마련하고 부인야학강습소의 이름을 근화학원이라 하였다. 차미리사가 세운 근화학원은 현 학교법인 덕성학원의 뿌리이다. 

  전국순회강연단은 음악단 3명과 연사 3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되었다. 단장 차미리사를 중심으로 20세 전후의 젊은 여성들이 단원으로 참여하였다. 순회강연단은 순전히 여성들만으로 조직된 여성 해방의 선전대였다. 이들은 7월 9일 서울을 떠나 9월 29일 남대문으로 돌아올 때까지 무려 84일 동안 67고을, 만여 리를 순회하면서 강연하였다. 순회강연단은 경의선, 호남선, 경부선, 경원선 등 철도가 닿는 고을을 중심으로 활동하였고 자동차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권역별 이동, 즉 해주에서 인천, 제주에서 통영, 포항에서 원산 등 장거리 이동에는 배를 이용하였다. 순회강연단은 서울을 출발하여 약 3개월 동안 남으로는 제주, 목포, 부산, 그리고 북으로는 신의주, 청진 심지어는 국경 넘어 만주 안동현까지 전국을 순회하면서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가정부인들을 깨우치는 문화계몽 활동을 하였다. 

 

순회강연단의 강연 내용은 풍속 개량에 관한 것이 중심을 이루었다. 강연제목은 '가정은 인생의 낙원' '시간은 생명' '사회발전의 원동력' '조혼의 해독과 부모의 각성' '조선 여자의 고통과 그 해결책' 등이었는데, 강연 내용은 조혼과 축첩 폐지, 백의 폐지와 의복 개량, 여성의 자유로운 외출, 가정 개조, 여성 교육 등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조선여자교육회의 전국순회강연 활동은 1920년대 초 문화운동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1920년대 초 문화운동은 신문화 건설, 문화 향상 등을 표방하였다. 이 중 풍속 개량은 의복 개량과 백의 폐지, 여성의 자유로운 외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신문화건설론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연단은 '가정은 인생의 낙원이라는 연제로 조선의 대표적인 악습인 조혼과 축첩의 패악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조선여자교육회의 전국순회강연은 여성 해방의 물꼬를 튼 운동으로 계몽운동의 신기원을 이루는 것이었으며 1920년대 들어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나간 여성 운동의 불씨가 됐다. 이 때문에 동아일보는 조선여자교육회의 전국순회강연 활동을 ‘조선 문화사상의 제일 기록이 된다’는 평가를 하였다. 또한 “삼일운동이 있은 그 이듬해 조선여자교육회의 회장이 되어가지고 북에서 백두산으로 남으로 한라산까지 서해에서 동해까지 교육의 시급함을 부르짖고 한시바삐 여자의 손으로 여자의 교육을 지도하여 갈 것을 말하였으니 향촌이나 도회에서 김미리사 여사를 모르는 이가 없고…” 라는(《시대일보》 1926년 5월 28일자) 지적처럼,  전국순회강연 활동은 차미리사가 사회지도자로 서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 이 글은 사학과 한상권 교수의 저서 『차미리사 평전-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2008년 6월 간행예정) 중 3장을 발췌·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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