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보공시제’ 도입의 명과 암
‘대학정보공시제’ 도입의 명과 암
  • 김봉억(교수신문)
  • 승인 2008.05.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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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취업률․성적평가 등 일반에 공개…“파급력 커 신뢰성 확보를”
 대학정보공시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5월 ‘교육관련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안’(대학정보공시제)이 제정됨에 따라 곧 구체적인 시행령이 확정되면 오는 10월부터 전국의 대학은 주요 대학현황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학과별 취업률․신입생 충원율․성적평가 결과를 비롯해 등록금과 장학금 현황, 교수의 연구 성과까지 대학 인터넷에 공시해야 한다. 대학은 13개 공시항목에 51개 세부항목을 3년간 공시해야 하며 대학원에 관한 정보도 일반․전문․특수대학원으로 나눠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 특히 각 대학 웹사이트는 물론 ‘대학정보공시 통합시스템’을 마련해 한 곳에서 대학 간 비교가 가능해져 파급력이 크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대학의 경우 학과․전공별 세부 정보가 공개돼 대학 간 질적 경쟁이 촉진되고 교육 수요자들은 객관적인 정보에 의해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대학구조개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학들이 공개하기를 꺼려했던 항목들이 학과별로 공개되고, 대학 간 비교가 가능해져 자연스럽게 대학의 학과 폐지나 통폐합 등 대학구조개혁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정보 공시 항목에는 파급력이 큰 민감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가에 논란도 적지 않다. 주요 쟁점은 졸업생의 취업률 현황 공개다. 지금까지 지역별, 대학별로 일부 공개해 왔던 졸업생 취업률이 학과별로 공개돼 대학은 물론 대학 진학생과 학부모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관건은 취업률 조사 방법과 신뢰성 확보다. 취업률은 그동안 매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각 대학이 자체 취업률을 조사해 한국교육개발원에 제출하면, 한국교육개발원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전화 일치도 검증과 현장 실사 후 발표해 왔다. 교과부는 대학정보공시제 시행에 따라 대학 학과별 ‘취업률’ 공표가 대학가에 미칠 영향력이 커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의료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차 검증을 추가하는 방안을 최근 확정했다. 취업률 조사 대상은 기존대로 해당 년도 2월 졸업자와 전년도 8월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대학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취업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고, 한편으로 취업률 조사 대상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교육 결과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졸업직후에 조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 결과를 반영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졸업직후의 취업률만 따지면 취업률 실적 쌓기에 급급해 대학도, 학과도, 교수도, 학생도 모두 망칠 수 있어 오히려 대학을 황폐화 시킬 수 있다”며 “졸업한지 5년이나 10년이 지난 졸업자의 취업률을 조사해 취업의 질과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취업률 공개가 대학 서열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도 주요 관심사다. 이삼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의 교육성과를 여러 측면에서 측정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 자료로 제시한다면 교육성과를 개선하려는 대학들의 노력이 서열 변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대학 서열 구조가 워낙 고착돼 있기 때문에 대학정보공시제 실시 이후에도 대학의 교육성과 변화가 대학 서열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 대학정보공시제 도입 취지를 살리는데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대학정보공시제는 대학 진학생의 대학 선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부의 대학재정지원과도 연계돼 더욱 관심이 높다. 이명박정부는 대학재정지원 방식도 대폭 바꾸어 대학이나 사업단 등 ‘대학단위’로 지원 하던 것을 교수 연구비나 학생 장학금 등 개인에게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학부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우수인력양성사업’은 대학정보공시제와 연계해 취업률과 함께 장학금 지급률, 신입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다섯 가지 지표에 따라 점수를 매겨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대학총장에게 총액을 일괄 지급하고 교육인프라 구축과 학생장학금만으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정보공시제는 앞으로 새롭게 시행하게 될 대학평가 방식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학정보공시제 도입과는 별도로 지난해 10월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교육․연구, 조직․운영, 시설․설비 등에 관한 사항을 대학 스스로 자체 평가해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했다. 대학정보 공시 내용을 대학 ‘자체 평갗 항목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해 결국 대학정보공시제와 ‘자체 평갗가 함께 추진될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다. 또 대학의 자체 평가 외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이 실시하게 될 대학종합평가에도 정보 공시항목 평가를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대학정보공시제’는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핵심적인 제도가 될 전망이다. 

대학운영 현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대학 간 경쟁을 통해 대학발전을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자칫 ‘시장 선택’에만 치우쳐 전반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대학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당장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는 존속 여부를 심각하게 따져 볼 수 있는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대학이 시행을 앞두고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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