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물고기보다 낚이기 쉬워요
[기자석] 물고기보다 낚이기 쉬워요
  • 김민지 기자
  • 승인 2008.05.1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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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친구분이 전화를 했다. 군대 간 아들이 납치당했다고 전화가 왔단다. 허튼소린지 알고는 있었지만 무슨 일인가 싶어 계속 들었더니 당신 아들 목소리라며 전화로 울먹이는 남자 목소리까지 들려줬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깜빡 속을 만도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동생이 학교에 가 있을 때 우리 집에도 그런 전화가 왔었다. 동생 핸드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 10통’. 수업시간인데 엄마는 동생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이 많다보니 이런 일이 다반사다.

 

세상은 그물 밭, 사람들은 물고기 같이 한 다리 건너 걸려든다. 하지만 그 그물의 종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이제 모두가 알아버린 그물이지만, 눈 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임을 보여주듯이 곳곳에 깔려있는 다른 그물들이 ‘아차’하는 순간에 사람들을 낚아간다.

 

지천에 깔려있는 광우병, 민영화, 대통령 관련 기사들 역시 또 다른 그물이다. 깔끔하게 잘 빠진 기사 제목에 눈이 먼저 돌아가고, 보여주기 식 자료에 진짜 그런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만 천천히 돌아보면 촘촘해 보였던 그물에도 허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광우병에 대해서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미국산 쇠고기가 최고라며 1면에 대형광고까지 실어주었던 한 신문사의 식당에는 ‘우리는 호주산 쇠고기만 씁니다. 안심하세요’라는 글이 식단표 위에 신문보다 더 크게 붙었다. 국민생각에 잠도 안주무시고 일을 하신다는 ‘너무 부지런한’ 우리대통령은 지지율 20%대를 기록하는 ‘우리의 걱정거리’가 됐다.

 

그러고 보니 매체는 그물 던지기엔 프로급인데 낚기는 중국산 전화보다 못한 아마추어인가보다. 낚시꾼이 초보인데 우리역시 초보그물에 낚이는 물고기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고 한다.(눈꺼풀이 없어서다.) 물고기보다 낚이기 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도 밤낮으로 눈을 감을 시간이 없다. 귀를 열고 눈을 뜨면 촘촘한 그물도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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