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에서 나를 만나다 - 궁중음식전문가 최순아(30)씨
세상속에서 나를 만나다 - 궁중음식전문가 최순아(30)씨
  • 문예진 기자
  • 승인 2008.05.3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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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현대판 장금이

몇 해 전 조선시대 수라간 나인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장금이와 수라간 나인들이 화려한 손놀림으로 만들어내는 맛깔스러운 궁중음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시청자들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최근 들어서 영화 '식객'을 통해 궁중음식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조선왕조궁중음식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궁중음식연구원의 최순아 연구원이다. 최씨를 궁중음식연구원에서 만나보았다.

그녀, 궁중음식의 매력에 빠지다

  대학에서 전통조리과를 졸업한 최순아씨. 다른 요리보다 한국 전통음식, 특히 궁중음식에 관심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쯤 최씨는 한식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음식은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조리법이 다양하고 오방색이 들어가 있어요. 이처럼 다른 나라 음식과는 확연히 다른 우리음식에 자부심을 느끼며 연구하고 있어요.”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는 최씨에게 가장 힘든 점은 체력적인 면이다. 드라마나 영화촬영 시 이용되는 소품을 만들거나 전시회 준비로 인해 밤을 새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최씨는 “나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사람이다”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궁중음식과 관련된 고문을 공부하다가 혹시 잘못 해석해서 궁중음식를 하시는 분들께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한다.
 지금은 궁중요리를 하고 있지만 대학시절에 파스타전문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최씨. 스파게티, 피자와 같이 오븐을 이용하는 요리도 좋아하고 샐러드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궁중음식를 그만두고 이쪽으로 전향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최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럴 마음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저는 워낙 한곳만 보는 성격이랍니다. 그래서 궁중음식를 시작한 이상 다른 쪽으로 가진 않을 거예요.”

궁중음식은 나의 자부심

요즘 '대장금'이나 '식객'으로 인해 궁중음식이 주목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최씨는 반가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갈등을 양상하기 위해서 음식을 두고 대립구조를 만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대결을 하면 음식의 제 맛이 안 나온다는 것이 그녀의 해석이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각적 효과를 위해서 요리를 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지적했다. 하지만 최씨는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우리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이는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는 드라마 촬영에 관련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드라마 대장금을 촬영할 때 소품으로 생란(생강으로 만든 일종의 과자)을 만들었어요. 제가 직접 생란을 만들어서 스텝과 출연자에게 나누어 드렸는데 무척 좋아하시는 거예요. 촬영하면서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씨에게 궁중음식 중 한 가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그녀는 죽순채를 추천했다. “죽순채는 죽순을 삶아서 나물을 만들어 고기와 야채를 초간장에 버무려 먹는 것이에요. 죽순을 먹으면 대나무 하나를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어요. 전통음식이나 궁중음식는 제철에 나는 재료를 많이 이용해요.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은 그 계절의 기운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해진답니다.”

음식은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
 힘이 드는 만큼 좋은 점도 있는 법. 최씨는 자신이 조선왕조궁중음식의 맥을 잇고 있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전통은 자칫하면 잊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바로 전통을 지켜나가는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자부심이 생기죠."
 "몇 해 전 교육을 할 때, 어떤 한 분이 굉장히 우울한 얼굴이었는데 교육 횟수를 거듭할수록 얼굴이 밝아지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 분이 남편과 사별을 해서 우울증이 걸리셨는데 음식을 배우면서 우울증이 사라지셨다는 거예요. 음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말을 마친 최씨의 얼굴에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최씨는 인터뷰 전 오전 내내 수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궁중음식에 대해 공부하고 더 많은 것을 배워도 겸손한 자세를 갖추고 싶다는 최씨. 인터뷰 내내 궁중음식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언젠가는 영어를 통해 외국인에게 궁중음식을 가르치고 싶단다. 궁중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는 최씨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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