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리사칼럼]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차미리사칼럼]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 이창신(사학) 교수
  • 승인 2008.05.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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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는 자유와 평등에 입각한 사회 개혁의 물결이 전 세계를 풍미 하였던 시기로 조선에서도 민족적 해방, 계급적 해방, 그리고 성적 해방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성적 해방은 넓은 의미로 여성해방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가부장적 제도 하의 모든 억압으로부터 여성을 해방 시켜 남성과 동등한 인격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해방론은 이 시기 해방 이상(理想)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였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였다.


차미리사는 교육의 참 의의는 “인격의 함양과 개성의 발휘”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차미리사는 근화여학교의 교훈을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로 정하였다. 이러한 교훈은 주체적인 삶, 창의적인 지식, 실천적인 사고를 강조한 것으로 이는 인격확립과 개성발달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압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교훈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는 여성들로 하여금 인격적 존재임을 깨달아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다. 차미리사는 당시 학생들이 자기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인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주체성과 자율성은 창의적인 삶의 바탕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인격적인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질서체계를 극복해야 하며 남녀성별을 떠나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는 사고를 독립적이고 창조적으로 하라는 가르침이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닥치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타개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이 삶의 주인이므로 운명을 개척 해 나가는 힘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립적이고 창조적인 사고는 주체적 자율적인 삶을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독립적 창조적 사고란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이 처한 객관적인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높은 이상과 확고한 신념 그리고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의 앞길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능력을 말한다.

차미리사는 졸업생들에게 “각자는 개성을 발휘하여 가정으로 들어가든지 사회 어느 방면으로 나아가든지 자기의 입장을 철저히 고려하여 험악한 앞길을 개척치 안하면 안될 것” 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은 학생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창조적으로 면학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차미리사는 창조적인 사고의 뿌리를 3.1 독립정신에 두고 학생들이 조선의 현실에 비추어 사고하도록 가르쳤다.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의 소중함을 가르친 것이다.  창조적인 사고는 깨달음으로 귀결된다. 깨달음이 없는 창조적인 사고는 맹목적이며, 창조적인 사고에 근거하지 않은 깨달음은 공허하다. 다시 말해서 깨달음은 창조적 사고의 매듭이며 주체적 삶의 단초였다. 마음이 깨달음에 이르면 삶의 모습은 자연스레 바르게 된다. 차미리사는 마음의 깨달음으로 담박한 삶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일상생활의 먹고 입고 자고 하는 의식주의 문제에 있어서도 그는 늘 담백하였다.  음식은 주림을 채우는 것, 의복은 몸을 가리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였다. 거처하는 방이 매우 소박하고 누추했으되 그곳에 편안하게 거처하였다. 차미리사는 식민지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공상과 허영에 빠져 허세와 위선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부 신여성에 대해 그들이 서양의 최신 유행의 의류나 음식 등을 최대한 즐기면서 민족의 고통에는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음을 비판하였다.

 

깨달음은 실천으로 연결된다. 실천을 통해 깨닫기도 하고 깨달음을 통해 실천하기도 한다.  이렇게 깨달음과 실천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차미리사는 실천적인 삶을 무엇보다 중요시하였다. 배움이란 깨달음과 실천이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도외시하고 공리공담만 일삼는 당시의 풍조를 비판하였다. 차미리사는 “아는 데만 그치면 그것은 죽은 이론이요 소용없는 이론”이라며, “천만가지 이론보다 한 가지 실행”을 외쳤다.


이상 근화학교 교훈은 삶의 주체성과 자율성, 사고의 독자성과 창의성, 지식의 실천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차미리사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1920년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자립적인 삶을 살기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기존의 사회체계를 변화시키는 실천적인 노력을 가르치고자 한 것이었다.

* 이 글은 사학과 한상권 교수의 저서 『차미리사 평전-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2008년 6월 간행예정) 중 4장을 발췌 · 요약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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