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여, ‘똑똑’해져라
대학생이여, ‘똑똑’해져라
  • 박연경
  • 승인 2008.09.17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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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활동과 친목도모를 동시에

   공수모, 로준사, 경시모. 최근 인터넷 카페 인기 순위권에 올라있는 말이다. 얼핏 보아서는 저게 무엇인가 하겠지만 제각각 의미를 담고 있다. 공수모는 ‘공무원 수험생 모임’, 로준사는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경시모는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한 모임’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조사 결과, 이 카페들은 회원수가 대부분 십만 명이 넘으며 대학생 또는 대학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20대가 회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20대의 ‘모임문화’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예이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 학생은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쁘다. 매주 수요일이면 두 개 이상의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끼리 모임이 있다. 함께 모여 과제와 수업 필기내용을 공유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대비해 공부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그룹스터디 모임에 참석할 때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하나하나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는 게 김씨의 철칙이다.

    대학 내 다양한 동아리들을 살펴보면 과거와 최근의 모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기 쉽다.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었던 과거의 대학 동아리는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 공통된 흥미와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의 모임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동아리들은 사정이 다르다. 그룹스터디 동아리, 리포트 작성 동아리, 영어회화 동아리 등이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들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모임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강원대에 재학 중인 홍모 학생(영문학과 1)은 평소 관심 있었던 댄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러자 친구들은 “그 동아리 뭐하려고 가입한 거야? 학점관리하기 힘들걸. 그냥 더 늦기 전에 탈퇴하는 게 나아.” 라고 말했다고. 홍씨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영어회화나 과제를 위한 동아리에 가입하고 모임에 참석하는데 나만 동떨어진 것 같아 괜히 불안하다”며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댄스 동아리에 가입해서 즐겁게 활동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경우 문화평론가는 “요즘의 대학생들의 모임문화는 인간적 네트워크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일시적이고 단기적이기 쉽다. 이기적이고 정서적 소통교류가 사라진,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제시한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근 20대의 모임은 더 이상 순수한 흥미, 취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리저리 재보고 내게 얼마나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본 후에,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영어회화 소모임을 운영 중인 박지은 씨(연세대 신학과 2)는 “요즘은 말 그대로 글로벌 시대이다. 영어회화 공부는 필수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친구들과 영어회화 소모임을 만들었다”며 “재미와 흥미 위주의 다른 동아리나 모임들도 많지만 내게는 영어회화 공부를 할 수 있는 소모임이 더 이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계산적이라고 비판할 지도 모르지만 요즘 대학생들 대부분이 나와 현실이 비슷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20대 대학생들의 모임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대학생들은 그 속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가고 있다. 취업과 학점관리에 시달려 즐거움은 뒷전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모임문화의 핵심인 재미와 인간관계를 스터디 모임이나 공모전 모임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취업스터디 그룹에서 활동 중인 황미경 학우(문헌정보학과 4)는 “친구들과 공부 계획을 짜는 것부터 함께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함께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격려도 해주며 같이 공부했다. 취업스터디 그룹에서 활동한다는 게 무척 빡빡하고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힘든 공부도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더 재미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대학 교수학습계발센터에서 진행 중인 덕성튜터링 등 모둠‧자율학습 프로그램에 우리대학 학생들의 참여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에서 예상외로 선후배, 친구들 간의 친밀감과 유대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답변들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우리대학 교수학습계발센터 강이연 연구원은 “설문조사결과 요즘의 대학생들의 모임문화 활동이 학습적 효과뿐만 아니라 인간적 효과도 크게 상승시켜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변화하는 대학생들의 모임문화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 대학생들은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추어 더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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