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새 문서를 켜놓고 보니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시험기간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내 뒤를 따라다니는 신문사였다. 그리고 2주에 한번 씩 돌아오는 마감 탓에 뒤 한번 못 돌아보고 온 1년 6개월이었다. 그 사이 내 전화번호부에는 190명의 사람이 늘었고, 입학 당시 서먹하기만 했던 학교가 내 동네처럼 구석구석 친근해졌다.
신문사는 이제까지 내 대학생활의 전부나 다름없다. 때때로 등 돌려 서기도 했지만 그 사이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던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신문에는 그간 나의 대학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첫 취재 때의 설렘부터, 몇 번 약속을 깨 결국 마감 마지막 날에나 할 수 있었던 애증의 인터뷰와 컴퓨터 앞에 앉은 지 5시간 만에 처음 써내려갔던 기획기사 그리고 고마웠던 선배들, 앞으로 고마울 후배들.
그 시간을 지나 나는 편집장이 되었다. 이 자리에 앉고 나니 새삼 그 이름의 무게가 얼마 만큼인지 실감이 난다. 몇 번이나 편집계획서를 뒤적거리며 앞으로의 신문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바뀐 면 편집, 늘어난 코너에 낯선 옷을 많이 입고 있는 새 신문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 한 발 앞으로 디딘 것이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 신문을 위해 오늘도 신문사에서 새벽을 보낸다. 개강일, 다시 학교 구석구석에 놓일 신문이 학우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받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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