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편집장의 변]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퇴임 편집장의 변]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박시령 전 편집장
  • 승인 2008.09.19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위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여기 학보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하는 편집장이 묻고 싶다. 과연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2년하고도 6개월 간 나는 덕성여대신문 기자였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던 햇병아리 수습기자는 도전정신과 용기로 살았다. 수습일지언정 어엿한 학보사 기자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그 자부심이 용기를 북돋았다. 학생보다는 ‘기자’라고 불릴 때 더 기뻤고 용기를 내어 도전한 거리인터뷰가 성공할 땐 아찔한 쾌감을 맛봤다. 진정한 신문사 일원으로서 제 기능을 하게 된 대학부기자는 펜에 담은 열정과 오기로 살았다. 대학신문의 꽃은 대학부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 취재원을 향한 오기도 부려봤다. 어느새 끈질기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근성도 몸에 제법 익혔고 그런 스스로를 기특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기자는 ‘사람’으로 산다. 덕성여대신문이라는 이름 아래 뭉치고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기자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확신한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공통된 추억을 평생 안고 갈 동료기자들과 선·후배가 있다는 사실이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고맙다. 기자를 살아가게 하는 ‘사람’덕분에 지긋지긋한 마감 스트레스도 2천원어치 떡볶이에 날려버릴 수 있었고, 취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속상한 마음도 끝 모를 밤샘 수다에 훨훨 털어버릴 수 있었다.


기자는 사람으로 산다. 신문사라는 이름으로 하나 된 사람들과 독자들, 그리고 인연을 맺는 무수히 많은 취재원들. 모두가 기자를 살게 하는 힘이다. 나는 이제 선배기자로서, 독자로서 후배 기자들을 살아가게끔 하는 또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