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찾아 프라하로 가다
카프카 찾아 프라하로 가다
  • 강미경(심리 4) 학우
  • 승인 2008.10.17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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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턴가 유럽에서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프라하’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몇 해 전 인기드라마와 커피광고의 배경이 되면서 한국 대중들에도 매우 친숙한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그 보다 훨씬 전부터 프라하는 내게 우울함과 순수함이라는 어쩌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곳이었다. 모난 성격 탓인지 아니면 취향에 대한 지나친 독점욕 때문인지, 남들이 다 좋아하는 대중적인 것에 대해서는 이미 좋아하던 것이라 해도 곧 관심을 잃곤 했었는데, 어릴 때부터 항상 꿈꿔왔던 프라하에 대한 애정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내 삶은 태어남에 대한 망설임.’이라던 프라하 태생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중, 고등학생 시절, 어둡고 신비로운 그의 작품세계는 내 감성의 촉수를 담금질 해주었다. 사춘기소년같이 부서지기 쉬운 감수성을 키워준 그의 도시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렇게 프라하를 꿈꿔왔다.


카프카의 초상화에 떠오른 그의 표정은 우울하고 한편 순수하다. 지난(持難)한 세상을 바로 직면해야만 하는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불안과 긴장. 그것이 내가 읽은 그의 세상이었다. 정말 그랬다. 내가 본 프라하는 우울하고 또 한편 찬란했다. 9월초 유럽의 날씨 치고는 너무 추웠고 차가운 빗방울이 내 마음에도 내렸다. 내리는 비 탓인지 순전히 기분 탓인지 사람들의 표정 또한 어둡고 활기가 없어 보였다. 트램을 타고 카프카 박물관으로 가는 길, 카프카의 단편 <변신 Metamorphose>에서 삶의 무게를 견디다 못해 하룻밤사이에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리 잠자와 동류의 그림자를 지닌, 지친 모습의 할아버지를 본 듯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내리는 비가 프라하의 동화 같이 명랑한 색채까지 흐리지는 못했다. 구 시가지에 늘어선 아르누보 양식의 파스텔 톤 건축물들은 동화 속 삽화를 그대로 옮겨온 듯 아기자기했다. 동화속세계에 사는 지친 사람들. 그것이 내가 받은 프라하의 첫인상이었다.


카프카 박물관은 진지하면서도 익살스러웠다. 박물관 입구에는 사람모형의 하늘색 조각품이 2개 있는데 장난스런 동작으로 작은 연못에 분수를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웃음 짓게 했다. 박물관 내부는 간접조명과 어두운 색조로 시종일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두운 불빛아래 전시된 신경질적인 서체의 친필 서간과 그의 생전 사진들을 보며, 작품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한없이 차가운 인상의 복도를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양 걸었다. 한쪽구석에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영상으로 구성된 흑백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 간절해 한참동안 서서 보다 눈물이 날것만 같았던 기억이 난다. 검은 선으로 그려졌다가 곧 부서지기를 반복하는 나약한 캐릭터는 고뇌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 했다. 마치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맞부닥뜨려야만했던 생의 치열함과 같이.


당시 비를 맞아 부득이 하게 고장 난 카메라 덕택에 프라하는 내게 순전히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아련히 남아있다. 하지만 그래서 꼭 다시 한 번 방문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훗날 더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될 카프카의 도시는 또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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