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솜길]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열정
[다솜길]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열정
  • 이봄애 기자
  • 승인 2008.10.17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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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은(사학 90) 민족문제 연구소 연구원

 

 한국 근현대사의 쟁점과 과제를 연구 해명하고, 한일 과거사 청산을 통해 굴절된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는 곳. 이곳이 바로 ‘민족문제 연구소’이다. 약간은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이지만 그 안에서 하는 일은 결코 생소하지 않다. 우리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그로인해 피해 받은 이들을 위해 일하는, 열정이 아름다운 김승은 동문을 만나보았다.

 

안에서 알게 된 것


 

▲ 독립운동가 지청천 장군의 딸이자, 광복군 대원으로도 활동하신 故지복영 선생님을 인터뷰 중인 김승은 동문
어떻게 ‘민족문제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동문은 웃으며 대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선배의 꼬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연구소에서의 일이 너무나 바쁘고 힘든 일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대학 때부터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하고 싶었어요. 사실 민족문제연구소를 밖에서 볼 때는 잘 몰랐지만, 이 안에 와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고 자신의 역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녀는 이곳에 와서 우리의 역사와 얽혀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만났다.

“이곳에 와서야 느꼈어요. 안에 들어와야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요” 새로 역사를 배우고, 다시 기록하고, 의미 있게 대중들에게 알리는 이 일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역사에 대한 사랑과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열정이 느껴졌다.

 

 

감동받는 직

 


 김동문과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질문을 하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내가 뿌듯하게 해냈던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 보다 연구소에서의 일은 나에게 늘 감동을 준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에는 5천여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요즘 웹에서 조직되는 여러 동호회와 비교하면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온라인상 회원조직이 드물었던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민족문제연구소가 하는 활동에 매달 지원금을 내고, 자료를 기증하고, 전국 곳곳의 지부에서 역사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5천여명의 회원들을 보면서 이게 한국사회의 역사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열정이라고 매번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김동문은 “신혼부부가 예물시계를 친일인명사전 편찬기금으로 보내오는가 하면, 어느 할아버지는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것 이라며 파노라마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손수 가져다주시기도 해요. 기능으로 따지자면 연구소에도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가 있지만 이 둘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라며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 놓으며 내 역사, 내 가족의 삶은 제대로 기록해달라는 바람에 어찌 반성하지 않고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덕성인 이라면


 김동문은 민족문제연구소는 특별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열정이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연구소가 하는 실천 활동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면 되요. 일제감정기와 현대사를 다루기 때문에 약간의 일본어 실력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일본과 연구교루, 일본 시민단체와의 교류기회가 많으니 회화 가능한 실력이라면 금상첨화겠죠? 자료실에 있는 수많은 도서자료와 원본자료들을 정리할 일이 산더미 같으니 튼튼한 체력도 필요하구요. 이동해야 하는 업무도 많아서 운전면허증은 거의 필수에요.

너무 많은 자격이 필요한가요?”라고 말하며 장난끼어린 웃음을 짓던 김동문은 위의 자격이 모든 자격보다 역사에서 소외받은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일에 어떤 장애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일당백의 열정이면 된다고 말했다. “우리 덕성인들은 힘이면 힘, 지성이면 지성, 열정이면 열정 어느 하나도 뒤지지 않지 않나요? 저 스스로도 무슨 일을 하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를 다 덕성의 터전에서 길렀어요” 그녀는 대학생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며 덕성의 학원자주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덕성에서의 많은 경험이 자신을 단련시키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열정을 길러주었다며 덕성인 들이야 말로 얼룩진 우리의 민족문제를 바로잡을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김동문은 요즘 세대는 자신이 자신을 기록하고 그 기록물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세대들이라고 이야기 한다. 디지털 카메라로 오늘을 담고, 미니홈피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댓글로 사회적 이슈에 자신의 의견을 보태는 사회적 참여를 일상적으로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런 점에서 요즘의 대학생들은 오늘의 역사를 만들고 기록하는 현재의 역사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라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현재의 질서에 순응하지만 말고, 자기를 둘러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틈새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콘크리트 벽의 틈새도 뚫고 피어나오는 생명의 풀들처럼 이 사회에 소외된 곳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덕성인들을 기대해봅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상임연구원으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에 참여하고, 일제감정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민중 생활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를 수집 또는 기증받은 2만 여점의 유물을 가지고 ‘일제강점기 민중생활사 역사관’설립에 힘쓰는 와중에도 성신여대 근현대사 교양강의를 위해 강단에 서는 등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김승은 동문. 그녀의 ‘바로잡기’에 대한 열정은 우리의 얼룩진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생활에서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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