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창의의 경쟁
대학과 창의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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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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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신자유주의는 이러한 일상에 또 다른 압력을 보다 정교하게 부가하고 있을 뿐이다. 경쟁은 더 이상 시장의 논리가 아니며, 사회의 전반영역에 확산되었다. 결국 사회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경쟁을 통한 사회의 합리성 증대는 사회의 발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압력에서 대학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은 종종 나태와 방종의 집합소인 것처럼 폄하되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합리화’의 경쟁이 요구되는 조직으로 제시되곤 한다. 이러한 경쟁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대학의 자기성찰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이미 커다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쓸려 진행되기도 한다.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한 효율은 중요하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지고(至高)의 가치들은 서로 상충되며, 동시에 달성되기 어렵다. 또한 합리성이나 효율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합리성이나 효율은 그 자체로 완성되는 개념이 아니며 수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효율이나 합리성은 사회나 사회집단, 그리고 설정된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경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학위를 수여하는 형태의 대학 교육은 이미 11세기부터 시작되고 있으며,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 인류의 학문적 업적을 축적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학은 새로운 가치의 발견이나 창조를 통해 경쟁해왔으며, 이러한 경쟁은 단순한 효율로 평가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가치의 발견은 창의성과 다양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종종 이들 가치는 효율에 대한 지나친 강조 속에서는 지속되기 어렵다. 보다 나은 ‘새로움’은 끊임없는 다양성의 추구를 통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가 없다면 대학은 서로 누가 잘 베끼는지를 경쟁할 뿐이다. 기업은 종종 대학교육과정의 변화를 요구한다. 당장 ‘쓸 수 없다’는 것이 한 이유이다. 이는 생존을 위해 경쟁이 일상화된 기업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요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이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을 제공하더라도 기업은 변화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인력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은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한 당장 썼던 인력을 도태시킬 것이다. 창의적인 인간의 행복을 소비하는 기업은 창의의 경쟁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은 양의 경쟁은 물론 창의의 경쟁을 병행하고 있다. 다른 대학보다 나은 교육, 더 많은 연구, 더 높은 취업률 등 경쟁의 영역은 마치 끝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많은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보다 창의적인 구호나 광고와 같이 경쟁을 위한 허구와 교육의 방법과 질적 심화를 위한 노력과 같은 본질적인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대학과 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관리의 문제는 여전히 창의적이지 못하다. 대학의 창의성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함께 이러한 창의성을 포착하고 평가할 수 있는 평가 방법, 그리고 이러한 평가 방법을 고안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창의성 역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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