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 남성과는 다른 자매 같은 여성간의 친밀성
문화기획/ 남성과는 다른 자매 같은 여성간의 친밀성
  • 여성문화이론연구소 ?
  • 승인 2003.11.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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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주체는 특정한 경험으로 구서된다.
▲영화 '장화홍련' 중에서 /
 이 글의 제목은 여성과 남성이 동성간에 맺는 관계방식의 차이를 결코 객관적이지 않은, 여성간의 관계에 가중치를 두며 말하고 있다. 이런 문장의 이면에는 세상을 마주하는데 여성이라는 성별이 문제되었던 경험들이 녹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시되었던 경험들이 자매같은 여성간의 친밀성으로 보상이 될까? 우리는 자매같은 여성간의 친밀성이란 말이 특권적인 남성동성사회성에서 배제되는 무수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얄팍한 위안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근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성차의 정치학을 경유해서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성차의 정치학은 남성과는 다른 여성문화, 모성성, 여성적 글쓰기, 여성성 등을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여기에는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가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정에는 몇 가지 비판이 따른다.
 첫째, 서로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여성들을 차이가 사라진다. 강남여성과 강북여성, 비정규직 여성과 CEO여성, 이성애자여성과 레즈비언여성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립구도에 포함될 수 없다.
 둘째, 성차의 정치학은 남성-지배/여성-피지배라는 권력의 문제로 귀결되기에 다양한 성적, 사회적 관계의 교차를 간과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여성과 남성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를 분명 내포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흑인여성간부를 인종적으로 성희롱한 백인남성의 문제나 성매매를 거절당한 제3세계 남성이주노동자가 인종차별이라 주장하는 경우는 성, 인종, 계급, 식민 등이 다층적으로 교차하고 있기에 권력의 문제로만 환원시킬 수 없다.
 셋째, 성차의 정치학에서 여자와 남자의 문제는 주로 권력관계를 기본으로 사고하기에 그 경우 차이는 차별을 말하게된다. 그것은 차별을 타파하는,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평등을 부르짖게 되고 기존의 여성의 성역할과 성별분업을 반복하는 인정투쟁으로 제한될 여지가 있다. 모성보호를 주장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다룬 다큐멘타리를 보고 난 한 남성 관객이 여성의 노동권이 아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내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여성의 출산과 모성을 노동을 뛰어넘는 숭고한 행위로 평가한다. 그 속에서 비혼여성과 비혼으로 살고자 하는 여성의 문제는 배제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성차로서의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여성과 남성만으로 제한된 섹슈얼리티, 즉 젠더화된 섹슈얼리티만을 상상하게 만든다.
 사실 한 개인에게는 여성적이다 남성적이다라는 잣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넘쳐나는 지점들이 있다. 레즈비언, 게이, 드랙킹, 드랙퀸, 트랜스섹슈얼, 이성복장애호가 등 여자와 남자를 초과하는 성적 정체성과 욕망들이 존재한다. 레즈비언 안에서도 부치, 팸, 다이크, 베이비 부치 등 결코 여자와 남자의 이분법으로 환원되지 않는 경험과 실체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젠더화된 섹슈얼리티로 환원시켜서는 안되며 환원될 수도 없다.
 성차의 정치학 또한 가부장제에 저항하며 차별을 철폐하려는 노력을 벌여왔지만 남성과 다른 여성의 순수한 본질을 가정하는 것이 갖는 위험을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여성과 여성성은 순수한 하나의 본질이거나 동일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육체는 하나의 기호이고 기호로 재현되고 구성되기 이전의 본질이란 없다. 그러기에 여성의 경험을 어떤 틀에서 해석하고 지배담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라는 문제가 중요하게 된다. 여성이라는 주체는 여성의 특정한 경험으로 구성된다. 여성주체는 역사적 조건과 함께 변화하며 현실 속의 다양한 여성들간의 경험을 통해서 구성되고 또 그 경험에 대한 해석과 습관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남성들간의 친밀한 문화는 학연, 지연 등으로 묶여지면서 남성들만의 권력의 장을 사적, 공적으로 횡단하고 단단한 지반으로 구축한다. 남성 중심적 사회체제 안에서 남성은 그들의 시선이 지식이 되고 그 지식이 진실이 되는 동성사회적인 연대를 구축한다. 남성 동성사회적인 연대 속에서라면 여성은 남성들의 의리가 남성간의 에로틱한 욕망으로 변화하는 것을 막아주며 체제의 안정을 유지해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게된다.
 하지만 이런 역할에 불만을 품은 여성들은 자신의 농밀한 경험에 귀를 기울여 반복되고 강요된 습관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남성연대의 보조적인 역할을 위반할 수 있다. 자매같은 여성간의 친밀성이 남성이 상상할 수도 없고 채울수도 없는 그들만의 충만한 유대와 소통의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무수히 많은 그녀들 그리고 그녀들과 관계를 맺는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자매 같은 여자들일수도 있고, 소울메이트일수도 있고, 자활공동체일수도 있고 <여고괴담2>에서 효신과 시은과 민아가 보여줬던 불가해한 방식과 유대의 관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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