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 없는 재학생으로
수식어 없는 재학생으로
  • 김민지(문헌정보 3)
  • 승인 2009.09.1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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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의 무게’를 운운하던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편집장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잘해낼 수 있었을까. 퇴임과 함께 시작된 여름방학 내내 생각했던 말이다. 잘했던 것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못했던 일들만 머리를 채운다. 사람은 늘 후회한다지만 생각할수록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만 늘어간다. 하지만 그래서 후회하느냐, 물론 아니다.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를 처음 보았던 1학년 그날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김없이 난 또 신문사를 선택할 테니 말이다.
 많은 걸 배웠고, 더불어 많은 걸 잃고 얻었다.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졌지만, 그 시간들을 메워 줄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참 많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동거동락, 신문사 생활을 함께 한 많은 선배님들, 그리고 지금도 새 학기 신문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을 다섯 명의 후배들. 문화부 기자일 때 처음 만났던 홀로 소극장 연극무대를 꽉 채우는 1인극 배우부터,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셨던 ‘작가와의 대화’의 신경숙 작가님. 처음 보는 후배를 항상 따뜻하게 반겨주셨던 다솜길의 선배님들과 사람만큼이나 잊지 못할 편집장이 되어, 이전에 학보사 기자가 되어 만들었던 첫 번째 신문부터 마지막 신문까지.
 청탁받은 ‘퇴임 편집장의 변’을 쓰고 있는 지금, 새벽의 밤공기가 익숙하다. 이런 밤에는 모기를 포함한 벌레와 밤마다 전쟁을 벌이는 신문사가 자꾸 생각이 난다. 아마 졸업을 하고 난 후까지도 ‘도서관 304호’의 이것저것이 많이 그리워 질 것 같다. 텔레비전은 없지만 텔레비전보다 더 재밌는 사람들이 있고, 고장이 분명한데 성능은 너무도 뛰어난 작은 냉장고가 있으며, 곳곳에 빛을 받고 오래돼 노랗게 변한 신문부터 빨간 색연필로 이리저리 표시를 해놓은 새 신문이 놓여있을 정든 공간. 이제 나는 2년 6개월 만에 아무 수식어가 없는 그냥 ‘덕성여대 재학생’이 됐다. 새로운 편집장, 그리고 기자들이 내놓을 신문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맞이하고 싶다. 이 또한 새로운 설렘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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