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 정석희 TV칼럼리스트
  • 승인 2009.10.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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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댄스곡으로 리메이크 돼 젊은층과도 다소 친해졌지만 송대관의 ‘해 뜰 날’은 알고 보면 무려 30년이나 된 묵은지 같은 노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큰 인기를 누렸는데, 뭐든 삐딱하니 보는 질풍노도의 시절이어서인지 나는 이 노래를 참 마뜩치 않아 했었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라는 부분이 어째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올 테니 지금은 그저 국으로 시키는 대로 살아!’라고 세뇌시키는 느낌이었다 할까? 지금 되뇌어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건전한 가사거늘 그땐 왜 그리 질색을 했는지 원.
 그런데 요즘 화제의 시트콤 MBC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대활약 중인 황정음을 보면 이 노래 가사가 절로 떠오른다. 올해로 데뷔 8년째인 황정음, 그간 오나가나 병풍 신세일 뿐 존재감이라곤 없던 그녀가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스스로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멤버였던지라 굳이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 않다는 그룹 ‘슈가’ 시절은 말할 것도 없이 김종민과 짝을 이뤄 무식의 진수를 보여주던 짝짓기 프로그램 시절까지 그녀의 행보는 그야말로 갈 之자 일색이었다. 그러다 연기자로 노선을 바꿔봤으나 그 길은 무에 그리 순탄했던가. 청순가련형이거나 도도하고 지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는 바람에 ‘발연기’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무식이 콘셉트였던 여자 연예인이 드라마에 나와 난데없이 고상이나 떨고 있으니 시청자들은 물론, 본인 또한 얼마나 어색했겠는가. 특히 MBC <겨울새> 때는 감수를 맡은 김수현 작가가 보다 못해 조기 퇴출을 시켜버렸는가 하면 <에덴의 동쪽>에 긴급 투입되는 기회를 잡긴 했으나 오히려 안티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던 황정음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실제 커플로 투입되리란 기사가 보도되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난색을 표했다.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우결> 호의 침몰에 황정음-김용준 커플이 힘을 보태리라 예상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았나. 하지만 세간의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키며 오히려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데에 일조를 했으니 대견하다 할밖에.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황정음이 ‘SG 워너비’ 김용준의 여자 친구라는 타이틀에 안주할 생각인가 싶어 안타까웠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웬걸,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캐스팅 된 후 드디어 황정음의 머리 위에도 해가 뜨기 시작했으니 놀랍지 않은가. 처음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대중의 시선은 솔직히 차가웠다. 징징거리는 철없는 <우결>에서의 캐릭터가 워낙 비호감이기도 했고, 연기력은 이미 총체적 난국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으니까.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대중의 시선은 단번에 달라졌다. 극중 엉뚱하고 귀여운 천방지축 여대생 캐릭터가 마치 연기자 황정음을 위해 남자친구 김용준이 미리 주문이라도 해놓은 듯 안성맞춤이었던 것. 철없고 푼수기 가득한 모습이 기존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지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연기의 흐름이라 하겠다. 노역 이순재로부터 아역 서신애에 이르기까지 연기로 정평이 난 여러 연기자들 틈에서 전혀 꿀리지 않는 자연스런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녀에게 어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으리. 그간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연기만 보여주던 황정음, 그녀가 그 높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아마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지 싶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기나긴 자성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고.
 어쨌거나 황정음 그녀는 이제 <지붕뚫고 하이킥> 안의 최고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이 시트콤이 그녀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은 확실하다. 또한 그녀의 지금까지의 행보가 우리에게 ‘해 뜰 날’에 희망을 품게 해주기에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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