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셨나요? 차 한 잔에 담긴 사람과 사회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차 한 잔에 담긴 사람과 사회이야기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1.0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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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차가 식음료계에서 대두되고 있다. 커피나 녹차에 비해서 소수의 마니아층 위주였던 홍차가 갑자기 회자되는 이유는 바로 홍차에 포함된 ‘카테킨’이라는 성분 때문. 모 프로그램에서 그 성분이 신종플루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좋다고 소개하자 일파만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무궁무진하게 즐길 수 있는데도 단지 약 대신으로 마시기에는 홍차 한 잔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한 홍차에 담긴 사람과 사회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보자.

역사에 담긴 차와 사람
태초에 차나무가 있었다. 중국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삼황오제의 한 사람인 신농씨의 발견 뒤 중국인의 대중음료로 자리 잡은 차는 아시아에 깊이 뿌리를 내렸고, 무역선을 타고 영국에 당도했다. 운송 중 우연히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 찻잎은 특유의 산뜻한 맛과 구수한 향에서 발효차 특유의 독특한 붉은 수색과 향기를 가지게 되었고, 홍차라는 이름을 달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의 필수음료로 자리 잡았다.
홍차가 들어온 초기, 영국에서 홍차는 굉장한 고가품이자 사치품이었다. 그랬던 만큼 사람들은 차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신비한 동양에서 들여온 사치품’으로 생각했다. 그랬기에 3분 동안 우려야 제 맛을 낸다는 홍차를 아깝다며 소태가 될 때까지 우려 마시거나, 찻잎을 우린 물을 버리고 남은 찻잎을 씹어 넘기기도 했다. 개중에는 쓴 맛을 참아내려고 찻잎에 버터를 발라 먹은 사람까지 있었다고 하니 당시의 풍경을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차 한잔에 담긴 가치가 그만큼 높았기에, 영국은 그로부터 생기는 무역적자를 면하고자 중국에 아편을 수출했고 이는 아편전쟁의 발발원인이 되었다. 미국독립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보스턴 차 사건도 이와 마찬가지다. 당시 차수입시 매겨지는 세금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높았고 이에 불만을 품은 미국의 상인들이 수입되어 온 차들을 몽땅 바다에 빠트려버렸다.
이처럼 차는 사람들과 그들의 역사에 밀접한 관련을 가져왔으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매력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차와 함께하게 만든 것일까?

차, 그 뜨거운 한 잔에의 탐닉
차가 지닌 매력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처음에는 찻잎 자체의 가공만 거쳤던 홍차는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수백, 수천가지의 향과 부재료들을 함께 섞어 내놓음으로써 지금은 각 브랜드마다 특성화된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순수하게 찻잎만을 발효시킨 것을 클래식 티라고 하고(개중 ‘얼 그레이’는 베르가못 오일을 첨가한 가향홍차지만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예외적으로 클래식 티로 분류된다), 인공적으로 향을 가미한 것은 가향홍차, 과일 등을 첨가했을 경우는 과일홍차, 그 외에도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꽃잎과 별사탕 등의 추가적인 재료를 더하는 경우도 많다. 클래식 티도 찻잎의 종류와 재배되는 다원, 배합비율에 따라 얼마든지 더 세부적인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한마디로 차의 종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진다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차를 즐기는 방법에도 찻잎만을 우려내는 스트레이트 티, 우유를 첨가해서 마시는 방법인 밀크티, 찬 물에 우려내는 냉침 등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수  많은 종류가 있다 보니, 차와 함께 하는 오후의 여유로운 시간은 항상 다채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착한홍차, 착한소비. 그리고 공정무역
하지만 사람들에게 여유를 선물해주는 차 한 잔에도 어두운 이면은 존재한다. 차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과 플랜테이션 농업이라 불리는 광범위한 대농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 열강들이 억지로 싼 값에 대량의 작물을 사들였다면, 현대에는 다국적 대기업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 생산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 만약 그 가격에 팔지 않는다면 그동안 열심히 재배한 것들이 처치곤란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어쩔 수없이 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떠오르는 개념이 있었으니, 바로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중간유통과정에서 생기는 어마어마한 마진을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자에게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이런 공정무역은 현재 여러 범위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홍차도 예외가 아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런칭하는 아름다운 홍차가 그 좋은 사례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공정무역제도를 도입, 현지 생산인들과의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여 질 좋은 네팔의 최고급 홍차를 125g당 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 홍차를 이야기 한다는 것
한국에서의 홍차시장은 아직 상대적으로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 차 자체에 붙는 관세도 상당히 높아 런칭되는 브랜드도 적을뿐더러 차를 즐기는 사람들도 커피 등의 다른 기호식품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홍차를 즐기는 사람들끼리 독특한 나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네이버의 홍차친목카페인 ‘오렌지 페코(http://cafe.naver.com/artcollection.cafe)’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나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홍차를 소분하여 게시글을 통해 카페내의 회원들에게 우편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세계의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이 문화는 국내에 있는 홍차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회적인 측면과 우리나라의 독특한 풍토인 정과 나눔 정신이 적절히 맞물려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려는 노력 역시 활발하다. 원래는 유통업을 전문으로 하다가 ‘아레스 티(Ares tea)’ 라는 고유 티라인을 런칭한 ‘(주)한마음 유통’도 그 중 하나.
한마음 유통의 이현석 팀장은 “홍차시장이 그리 넓지 않은데다 관세 때문에 홍차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소수의 마니아뿐만이 아닌 대중에게도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홍차를 만들고 싶었다. 이것은 앞으로의 아레스 티의 궁극적 목표기도 하다”며 “자신의 손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블랜딩(Blending)을 만드는 DIY코너도 빠른 시일 안에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처럼 홍차 한잔에는 사람과 사람의 흔적들이 빼곡히 묻어있는 이야기가 수없이 담겨져 있어, 노을을 닮은 그 붉은 수색만큼 사람을 매혹시킨다. 맛과 향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월등한 도움을 주는 홍차. 올 겨울에는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뒷맛을 가진 뜨끈한 밀크티나 한 잔하면서 삶에의 작은 활력소를 하나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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