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다
대리모,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다
  • 박연경 기자
  • 승인 2010.03.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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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리모 성행, 명확한 규제책은 없어

 

‘출산율 저하, 한 가구당 2자녀가 채 안 된다’, ‘무자녀 가구 점점 늘어’라는 기사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이를 낳지 않고 자신의 삶을 누리며 사회생활에 만족하며 살겠다는 젊은 여성들을 탐탁찮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똑같은 기사를 보고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려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이른바 ‘불임 여성’들이다.

‘대리모’의 등장
‘불임’이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간 하여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인구는 2003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즉,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의 수도 함께 늘어났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임부부들은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인가? 가장 많은 불임부부가 선택하는 치료방법은 ‘시험관 아기’, ‘과배란 유도’ 등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든 불임부부에게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자궁에 문제가 생겨 임신을 하지 못하는 여성일 경우, 이러한 치료방법 마저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대리모’이다.


대리모 또는 대리임신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불임 여성이 자궁이 없거나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상태이지만,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난소가 있는 경우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대리모 시술은 시술을 의뢰한 부부의 정자와 난자를 가지고 체외 수정시킨 뒤,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대리모는 아이를 낳기 위한 자궁을 빌려주는 역할일 뿐, 직접적인 성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의 ‘씨받이’와는 다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대리모 선택은 친인척, 즉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문적인 ‘대리모 브로커’를 통해 대리모를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 대리모에게 얼마간의 금전적인 대가가 치러진다. 때문에 그동안 대리모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던 모종의 거래와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리모가 점점 양지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TV 드라마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리모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등의 왜곡이 심해지면서 그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두운 이면에서 나타나는 그 불편함
최근 들어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성행했던 대규모 대리모 브로커가 한국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리모를 해 주는 대가로 받는 금액이 4~5천만 원에 상당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에,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여성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리모를 지원하는 여성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원자가 늘어남에 따라 지원 여성들을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대리모 가격’도 천차만별로 매겨진다. 이렇게 브로커를 통해 대리모를 구할 경우, 브로커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대리모 소개비용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대리모 지원자와 의뢰부부를 연결시켜주는 카페 및 인터넷 사이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대리모의 본질적 의미가 퇴색되어,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 대리모를 택하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으며 성관계를 목적으로 거짓 대리모 광고를 내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불임부부를 위한 치료방법의 하나로써 불임부부에게도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의학적 수단이었던 대리모가 ‘단기 고소득 아르바이트’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임부부에게 대리모를 소개시켜 주는 역할의 대리모 브로커 역시 소개료 명분으로 지나친 금액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은 끝이 없다. 심지어 대리모 지원자라고 거짓 광고를 내어 불임부부들에게 사기를 치거나, 대리모를 원하는 불임부부인 것으로 가장하여 대리모 지원여성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그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리모가 이렇게 변질되어 불법적인 거래가 성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때문에 불법적인 대리모 사업은 계속되는 것이다.

 

헛된 희망과 명분은 사라져야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리모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제나 관련 법률이 미비한 상황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는 ‘누구든지 금전 또는 재산상의 이익 그 밖에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항목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리모를 구하는 불임부부들과 대리모 브로커들은 이 정도의 규제를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들 말한다. 모 방송에 출연한 불임부부는 “병원에서도 대리모만 구해오라고 말한다. 대리모만 구하면 병원진료 기록, 의료보험 등을 불임 여성의 이름으로 해 놓으면 되기 때문에 대리모는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허점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불법’ 대리모가 성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것이다.


불임·난임 부부들을 위해, 저출산을 막기 위함이라는 헛된 명분만 가득한 ‘불법’ 대리모와 불임·난임 부부들이 진실로 필요로 하는 불임 치료방안으로써 대리모를 구분지어 관리할 수 있는 법률이 필요하다. 미혼모, 가정폭력, 성폭력 및 성희롱 관련 법률이나 관련 여성 보호단체는 다수 존재하지만, 위기에 몰린 대리모와 불임부부들을 보호해줄 법률이나 단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미혼모, 성폭력 피해 여성 등을 위한 보호시설이나 쉼터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대리모에 관한 보호시설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대리모들은 악독 브로커의 위협과 자신을 보호해 줄 어떠한 것들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여성부와 의료계조차 외면하고 있는 대리모의 불편한 현실은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 대리모를 자처하는 여성들을 노리는 악독 브로커는 물론, 대리모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불임부부들을 노리는 가짜 대리모까지. 불편한 진실을 숨긴 채 이 사회에 번지고 있는 ‘불법’ 대리모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제 및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이상  이제는 여성들이 스스로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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