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세월과 덕성인으로 산다는 것은
33년 세월과 덕성인으로 산다는 것은
  • 강명희(교직)교수
  • 승인 2010.03.2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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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12월 하순 경 고민 끝에 최종 인터뷰를 앞두고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두 아들과 함께 귀국했다. 유학길에 2살과 3개월이었던 아이들이 귀국할 땐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이었으니 제법 오랜 시간을 나가있었던 셈이었다. 1학년 때 테니스를 치러 학교버스에 몸을 싣고 쌍문동 캠퍼스로 향하는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생생했고, 추운 봄 약학관과 자연관만 겨우 완성된 허허벌판에서 거행된 졸업식이 황량하기 그지없었지만 대학발전계획의 청사진대로 캠퍼스가 곧 속속들이 들어찰 것이라는 기대감에 위로받던 마음이 바로 어제 같았다. 졸업식과 함께 학교를 떠난 후 모교에 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너무도 달라진 캠퍼스의 전경에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났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로 21세기는 세계화, 정보화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교육체제도 변해야 한다고 보았다.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두었다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었고, 교육개혁의 내용은 교육계의 대변혁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국내 모든 대학들은 이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화여대 김활란박사는 총장시절 늘 동문교직원들에게 희생, 책임, 의무를 강조하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교육학 전공자였던 나는 임용 첫해부터 수년간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는 뒷전으로 밀어두고 매일 늦은 밤까지, 방학조차 반납하며 매달려야 했다. 나는 이 연구과정에서 우리대학이 과거 수십 년간 추진해온 발전과정의 역사를 알게 되었고 그 교육적 안목에 놀랐다. 당시 대통령이 발표한 5.31 교육 개혁안은 바로 우리대학이 1970년대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발전방향과 그 내용에서 많은 부분이 일치했던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대학은 적어도 이십여 년은 앞질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1970년대부터 박원국 전이사장의 주도로 이루어진 쌍문동 캠퍼스 발전계획은 교육이념의 정립 및 교육과정, 대학운영 면에서 미국 Seven Sisters(Colleges)를 연구모델로 하였다. 당시 미국의 IVY League가 전통적으로 동부에 위치한 8개 명문 남자대학을 칭하였다면, 1880년대 세워진 Seven Sisters(Colleges)는 이에 맞서는 7개의 여자대학(Barnard College, Bryn Mawr College, Mount Holyoke College, Radcliffe College, Smith college, Vassar College, Wellesley College)을 일컫는다.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Vassar College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명문 여자대학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무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은 바로 Wellesley College 출신이고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바버라 여사는 Smith College 출신이다. IVY League나 Seven Sisters 모두 자유학문(Liberal Arts)의 학풍을 중시해왔다. 자유학문은 교육을 통하여 단순 기능인들을 길러내기보다는 인문학적 사고와 통찰력, 심미적 안목, 폭넓은 학문적 균형을 갖춘 전문인을 육성하여 졸업생들이 어느 직업에 종사하건 시대 변화를 주도해나갈 힘을 배양시킨다는 교육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대학이 40년간 지속해 온 독서세미나도 바로 자유학문 교육철학의 실천인 것이다. 요즈음 주위에서 우리대학 캠퍼스를 ‘에코캠퍼스’라고들 하지만, 이미 수십 년 전 쌍문동 캠퍼스 발전계획을 세울 때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자유학문의 학풍에 적합한 캠퍼스를 조성하려는 각고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대학이 1950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가 개교 60주년이 된다. 그러나 덕성여자중학교의 전신인 조선여자야학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창학 90주년이 되는 것이다. 나는 1977년 3월 영문과에 입학하면서 운니동 아담한 캠퍼스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우리대학 역사의 반을 조금 넘게 지내온 셈이다. 요즈음 교내는 개교 60주년이란 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창학 90주년을 기념하는 구호들은 넘쳐난다. 이는 아주 이상할 뿐만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 의해 만들어가는 것이고, 발견되는 사료에 의해 끊임없이 보완될 수 있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역사를 의도적으로 덮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국내 모든 대학들은 매년 개교일을 기념하며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우리대학도 ‘개교 60주년! 창학 9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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