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지만은 않은 민자 기숙사의 이면
밝지만은 않은 민자 기숙사의 이면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3.2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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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 기숙사’. 학교에서 직접 지은 기숙사가 아니라 민간자본을 들여와 지은 기숙사로서 최근 몇 년 동안 서울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그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기숙사를 증설해 학생 수용률을 높인다는 것과 자본이 충분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 이면으로 역효과도 점점 두드러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럭셔리’한 기숙사? 대가 있는 럭셔리   
   “연면적 11만 여평. 지하 1층, 지상 12층 규모 3개동으로 이루어져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 외국인 학생 등을 포함해 총 2,034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입구에는 ‘스피드 게이트’ 출입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만능카드라 불리는 관생증을 단말기에 대면 건물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또한 전체 시설에 ‘패널 히팅 온돌 시스템’을 적용해 겨울에는 난방시설을 따로 가동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지낼 수 있고 천정에는 시스템에어컨을 설치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각 층에는 공용 냉장고와 세탁실, 휴게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최대 300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체력 단련장과 10개의 세미나실 및 강의실도 갖춰져 있다”

 

건국대학교 기숙사 <쿨 하우스>

   위는 건국대학교의 민자 기숙사, ‘쿨(KU:L)하우스’의 설명문이다. 지난 24일 2차 건물까지 개관한 쿨 하우스는 최초로 지어진 민자 기숙사라는 점에서 ‘민자 기숙사의 대표적인 건물’로 꼽힌다. 쿨 하우스의 1차 건물은 2006년 8월 완공되었으며, 민간자본 445억 원이 투입됐다.

서강대학교 기숙사 <곤자가 국제학사>

   지난 8월 준공식을 가진 서강대학교의 ‘곤자가(Gonzaga) 국제학사’ 는 지난 2006년 9월 착공해 총 368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으며 1만 2천6백 평에 지하 3층, 지상 12층으로 건립됐다. 민자 기숙사는 외부자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일반 기숙사에 비해 그 시설이 매우 화려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화려함과 편리성에 너나할 것 없이 사로잡히지만 이도 한 때다. 민자 기숙사의 소위 ‘럭셔리’한 생활환경은 그만큼의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건국대 쿨 하우스의 기숙사 2인실 입사 비용은 한 학기 140만 원이다. 서강대 곤자가 국제학사 역시 매학기 180만 원을 매학기 납부해야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 이는 우리대학의 기숙사비용이 한 학기 2인실 기준으로 62만 7천 원인 것에 비해 2배가 넘게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그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숙사 내에서 취사가 불가능해 식사를 모두 외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꼽힌다.  

 

   임대형과 수익형, 무엇이 다른가요?
   크게 민자 기숙사는 ‘임대형 민자사업(BLT)’과 ‘수익형 민자사업(BTO)’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건대의 쿨 하우스의 경우 ‘임대형 민자사업’으로서, 투자자가 시설을 짓고 대학에 이를 빌려준 뒤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익성이 상당히 짙은 셈이다. 대학 측은 임대료를 내야 하기에 기숙사가 비어있을 확률이 높은 방학 중에 기숙사를 정부단체, 학회 등에 세미나 장소로 제공한다.

   서강대의 곤자가 국제학사는 ‘수익형 민자사업’에 해당하는 건물로 이는 현재 대부분의 민자 기숙사에서 채택하는 방법이다. 수익형 민자사업은 시설을 지어 소유권을 대학에 넘긴 뒤 운영권을 일정기간 보유하면서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에는 큰 맹점이 있다. 준공비용을 투자한 기업이 20년 간 운용하고, 학교는 매해 7.2%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숙사 입주율이 최소 75%가 되어야 하고 만약 미치지 못한다면 그만큼의 손실액을 학교 측에서 물어줘야 한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대학들이 민자 기숙사를 유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당장 기숙사를 준공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 부지의 땅값이 점점 오르고 있는 반면 기숙사의 학생수용률은 턱없이 낮기에 기숙사는 더 지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숙사를 지을 부지도, 공사비용도 부담스러우니 대학들은 자연히 민간 기숙사 유치에 힘쓸 밖에. 하지만 정작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어주면 뭐하나, 애물단지 기숙사
   지난 25일, 한겨례 신문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서강대 학생들의 불만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비싼 기숙사비 탓에 정해진 수익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숙사생이 등록하지 않았고, 따라서 학교 측의 무리한 민자 유치 사업으로 인한 학생들이 낸 투자 손실액 십 수억 원을 등록금으로 물어줘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이는 건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대 쿨 하우스에서 생활하던 한 학생은 “겉만 번지르르한 기숙사”라며 “비싸기만 할뿐더러 비치된 시설도 이용에 제한이 있다. 에어컨 같은 경우는 중앙 통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정온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서강대의 경우에는 기존 기숙사에서 제공되었던 층별 사생라운지, 정수기, 쓰레기통, 휴지 등의 편의시설과 물품 등이 제공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민자 기숙사는 갖추어진 편의시설과 규모에 비해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일반 기숙사에 비해 잘 갖춰진 시설에 만족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지나치게 비싼 기숙사비와 주변시설 이용에도 끊임없이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를 증설하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기숙사가 학생들에게 무거운 짐으로 돌아올 뿐 더러 학교와 기업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된다면 더 이상 그것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것에 불과하다. 민간자본을 이용한 기숙사들의 역효과가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전에, 눈앞의 이익에 혹하기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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