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덕성이 자랑스러운가?
당신은 덕성이 자랑스러운가?
  • 황선(국어국문 94) 동문
  • 승인 2010.04.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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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도 이런 질문을 일상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갓 스물의 몇 해를 묶여 보낸 공간이 인생을 통틀어 예사 무게는 아닐 것이다. 사실 자신의 출신대학에 대한 자부심은 결국 자기 자존감의 문제다. 그래서 이 질문은 결국 ‘그 때 그 시절 덕성여대의 자신이 마음에 드는가?’ 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학점이수는 했으나 졸업장은 없고 재학생은 더더욱 아닌 존재다. 덕성이라는 이름으로 보자면 경계인. 그러나 나는 여전히 덕성인의 자존감을 지니고 살고 있다. 이 무시 못 할 자존감 때문에 여전히 우리 후배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이번엔 임시이사가 어떤 분들이 되었는지, 학교에선 어떤 프로젝트를 내놓았는지 등에 귀를 쫑긋 세우고 산다. 어쩌면 이런 내 마음은 ‘나라가 내게 해 준 게 도대체 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시절에도 여전히 뉴스에 눈을 주며 속 쓰려 하는 우리 민초들의 마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덕성이 소중하고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질 의사가 있다.

  나는 덕성인이 유달리 똑똑해서 사랑하지 않았다. 세상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을 좀 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 학벌과 상관없이 지혜로운 사람들, 똑 소리 나는 사람들은 넘치고 넘친다. 또한 나는 덕성이 참으로 ‘여학교답게’ 고즈넉해서 사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할 때는 정말 부끄럽고 염려스럽다. 우리 사회의 역사를 보나 우리 사학의 역사를 보나 대학이라는 곳이 조용한 시절이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부끄러워해야 할 시절이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현대사는 시끄러운 것, 비정상적인 것 투성이였다.

  이른 바 ‘동토의 왕국’으로 불리던 덕성에도 봄이 오고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민주적인 학사운영의 기틀이 잡혔다. 욕심에 차고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학교에서 독재재단을 몰아내고 우리의 공간, 권리, 교수를 지켜내는 덕성인의 용기를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조금씩 진보하는 덕성의 몸부림이야말로 세상과 호흡을 같이하는 것이었고 그것이야말로 대학생들의 사명이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조용한 것이 최고의 미덕인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늘 안보를 부르짖는 정치권에도 있고 학교라는 공간에도 ‘면학분위기 조성’을 부르짖는 얼굴로 존재해 왔다. 그들이 실상 중하게 여기는 것이 진짜 안보도 학생들의 면학도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터이다. 그들은 묵묵하길 바란다.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해도 구성원들은 생각하지 말고, 그 생각을 입 밖으로는 내지 말 것이며, 촛불을 들고 나선다거나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 상에 지껄인다거나 하는 짓은 더더욱 위험천만한 짓이고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로 본다.

  덕성의 민주화를 꿈꾸며 상상한 덕성의 미래는 세상이야 어찌 돌든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배부른 돼지의 공간이 아니었다. 좋은 대학은 좋은 사회의 축소판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서지 못해서 안달이 나고 주가지수가 행복지수가 된 사회를 바람직한 사회라고 보지 않듯, 덕성은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물론 그런 학교가 되기까지 소란과 함성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조용한 과거 동토로 회귀하고 싶은 인사들의 불온한 시도가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정부입맛에 딱 맞는 인사들을 부지불식간에 낙하산으로 내리꽂은 것이 그러하고, 이미 성원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사람들을 구재단의 몫으로 불러들이려는 움직임이 그렇다. 아름다운 봄이다. 교정의 꽃들과 더불어 덕성의 민주주의도, 구성원들의 주인이 되기 위한 발놀림도 거칠 것 없이 경쾌하길 바란다. 결국 착한 것, 따스한 것들이 이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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