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박씨(朴氏) 물고 온 제비
봄날, 박씨(朴氏) 물고 온 제비
  • 김은종(국문 96) 동문
  • 승인 2010.05.08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우리들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런 노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중략) 봄날은 간다”를 남겼던 백설희라는 가수가 얼마 전 타계했다. 하지만 많은 나의 벗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우리과 교수님의 구성진 노래방 레퍼토리 ‘봄날은 간다’가 오늘따라 더 마음을 울리는 건 그녀의 죽음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2002년 ‘민주화의 봄’, 그 봄날이 10여 년에 걸친 긴 싸움 끝에 덕성에도 왔더란다. ‘봄이 왔다’는 말은 우리 덕성에 겨울이 있었음을 함의한다. 불과 10여 년 전 5,000여 명의 재학생 중 과반수를 퍽 넘긴 약 3,50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학교의 민주화를 위해 수업을 자발적으로 거부했던 그 때, 혹은 교수님 세 분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재임용에 탈락되어 학교에서 쫓겨나야 했던 그 때, 혹은 이사장이 원하지 않으면 학과 커리큘럼까지 바꿔야 했던 암울한 그 때. 그 때가 덕성의 겨울이었다. 민주화를 꿈꿨던 많은 학내 구성원들은 그 서슬퍼런 시기의 덕성여대를 박(朴)원국 이사장의 ‘동토의 왕국’이라고 부르곤 했었다.
 박원국 전 이사장은 대학예산의 부절적한 운용, 교과과정의 독단적 변경, 수업내용에 대한 간섭 등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재단과 가까운 인물들에 대한 승진 및 임용 등의 인사비리 등을 저질렀으며 학생들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사용했음에도 일말의 반성도 한 적이 없었고,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끝끝내 학내 구성원들을 법정에 세우기까지 했다.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쇠고기를 국민과의 합의없이 수입한다고 선언했을 때 수십만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던 것과 같이, 2001년 당시 덕성을 다니던 우리들은 수십 일이 넘게 수업거부, 시험거부도 했었고, 이십 일이 넘는 단식, 1인 시위, 그리고 삭발까지 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 어떤 어른이건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독단과 독선에 대해 우린 열일곱 사춘기시절부터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불신했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당시 우리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상승한 분노 게이지만큼의 할 일을 하고 싶어 했고 그 일을 능히 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불만을 함구하며 살지 않는다. 안 되면 뒷담화를 통해서라도 나의 화를 분출시키며 산다. 우리가 시끄러운 학교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실은 독단적인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박원국 등의 구재단 세력과 끊임없이 싸워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고 해서 사립학교 내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던 곳이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부정과 전횡으로 문제가 많아 내쫓겼던 구재단 세력을 다시 학교로 들여보내 주고 있다. 세종대와 한성대는 물론이고 조선대와 상지대도 마찬가지고 우리 덕성여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덕성의 입장에서 볼 때, 착한 흥부에게 보물덩이 박씨를 물어다 준 봄날의 제비가 아니라, 원치 않는 박씨(朴氏)를 굳이 물어다주는 구재단들의 앞제비(앞잡이)일 뿐이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4월이 되어도 겨울 같기도 했고, 여름 같기도 했던 이 봄, 봄날은 오늘도 그렇게 가고 있다. 바가지를 만들 것도 아닌데 굳이 먹고 싶지도 않은 박씨(朴氏)를 물고 온 사학분쟁조정위 제비, 그 제비 몰러 6월 2일 지방선거에는 좋은 후보에게 투표나 하러 가야겠다. 이번 도봉구 의회 선거에 우리학교 수학과 성지윤 선배가 후보가 나섰던데 현명한 이십대 후배들이여 투표하자. 괜찮은 정치인이 올바른 정치를 하게 되면 우리 학교, 좀 덜 싸워도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난 여전히, 찬란한 봄빛을 받으며 벚꽃 잎이 휘날리는 영근터를 거닐었던 그 때가 그립다. 우리, 내 사랑 덕성을 위해 늘 이 봄처럼 깨어있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