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면 생리대를 만난 것은 생리 시작 후 꼭 10년만이었다. 면 생리대라는 것이 있는 것도 모르고, 이미 일회용 생리대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나에게 면 생리대는 존재 자체가 신기한 것이었다. 게다가 생리할 때마다 느끼던 찝찝함과 갑갑함도 면 생리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면 생리대를 쓰는데 까지는 오래 걸렸다. 어찌어찌 두 개의 면 생리대가 내게 생겼고 몸에 좋다는 것도 알았으나 나는 한참동안이나 면 생리대를 쓰지 않았다. 생리대 두 개 가지고는 어림도 없으니 몇 개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혼자 만들려니 시간도 안 ‘내고’(돈을 아끼자는 차원도 있었으니 면 생리대를 살 생각은 못했다.), 게다가
여름 같은 때 피 묻은 생리대를 들고 다닐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까지 했다. 그 후로 1~2년 동안은 일회용 생리대와 면 생리대를 함께 쓰며 보냈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 즈음. 면 생리대를 몇 개 더 만들면서 부터였다. 양이 많은 날에는 파우치에 비닐팩을 하나 더 넣어서 냄새가 나가지 않게 막아주고 생리대를 몇 개씩 더 들고 다니며 사용했다.
면 생리대를 쓰면 몸이 좋아한다는 것은 이제 일반 상식처럼 됐다. 통풍도 잘 되지 않는 비닐을 살갗에 대고 있는 것 보다는 면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실제로 사용해보면 단순히 ‘편하다’는 느낌 뿐 아니라 몸이 정말 말을 한다. 얼마 전, 면 생리대를 계속 사용하다가 급한 김에 일회용 생리대를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생리대와 살갗이 닿는 곳에 엄지손톱만한 물집이 잡혔다. 너무 아프고 놀라서 내 몸에게 배꼽 사과를 해야 했다. 물론 그 후로도 급하면 가끔씩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기는 하나 불안해서 오래 사용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면 생리대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빨래’다. 대야에서 퍼져가는 붉은 색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그렇게 묘할 수가 없다. 물론 생리대를 빨고 삶는 것은 매우 귀찮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빨래를 할 때마다 그동안 내 몸도 일회용 생리대처럼 소모하고 버려왔던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 자기 몸의 패턴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보살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겪게 된다. 그것을 통해 스스로의 몸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래서 자신 안에 있던 자신을 보게 된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