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리사 선생의 창학 전통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
차미리사 선생의 창학 전통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
  • 우소연(국어국문 89)
  • 승인 2010.06.0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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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과 인연을 맺은 지 21년째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영근터, 민주마당, 비엔나 숲에서 나누었던 친구들과의 정감어린 추억과 4년 내내 학교 총파업으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곳으로 나의 모교를 떠올린다.

어떤 공동체이든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는 것처럼 학교는 설립의 역사와 목적이 있다. 학교 설립의 역사와 목적은 해당 학교 구성원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상이 있다. 우리 학교는 그 전통을 차미리사 선생의 창학 이념에서 찾고 있다. 지금은 이와 같은 사실이 덕성 구성원이면 누구나가 아는 것이지만 내가 학교 다니던 80년대 말에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차미리사 선생의 학교 창학 정신은 덕성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 재단과 씨름하던 중 2001년에 덕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공유된 역사이다.

우리는 그 역사를 공유하며 왜 덕성인이 그토록 학교의 합리적 발전을 위해 10년이 넘는 싸움을 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덕성여대는 여성이 자기 운명의 개척자로 ‘살되, 네 생명으로 사는 온전한 주체’이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와 싸우는 정의로운 주체’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학교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학교의 전통은 덕성인에게 ‘참된 자아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덕성의 창학 전통은 박제화된 역사가 아니라 덕성인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합의된 현재의 이야기이다. 도덕철학자 매킨타이어(MacIntyre)는 ‘좋은 삶’을 위한 사회적 실천이 지속되고 반복됨에 따라 일정한 규칙이 생기고 제도화 되면서 전통이 성립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차미리사 선생의 창학 전통은 덕성의 구성원들이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며 공유한 가치로 성립된 가치이다. 그래서 이 가치는 현재 우리 덕성의 교육이념과 문화를 형성하는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와 반면 매킨타이어는 제도에서 탈락되며 전통이 소멸될 경우를 말하는데 이는 ‘선을 향한 목적을’ 잃고 전통이 공통의 선을 위한 것이 아닐 때를 가리킨다고 한다.

송금선 여사가 초대학장으로 취임하던 1950년을 기준으로 한 개교 60주년의 역사가 이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한다. 송금선 여사는 친일 행적으로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로서 그녀의 교육목적과 가치를 덕성의 전통으로 삼기 어렵다. 또한 그의 아들인 박원국 이사장은 사립학교의 공공성보다는 개인의 가치와 주장만을 반복하며 덕성 구성원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덕성의 발전을 저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경험은, 덕성의 구성원들에게 개교 60주년을 기념하기에는 정당성을 잃게 했으며, 탈락된 역사가 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개교 60주년 기념에 대한 이야기가 덕성에서 간간히 들려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될 말이다. 우리는 이미 덕성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정리된 가치가 있고, 이미 탈락된 전통을 재론하며 갈등할 시간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여대의 발전은 10년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위태롭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덕성여대가 다른 여대와는 차별적인 교육의 목적과 방법을 고안하며 발전 전망을 내올 때이고, 덕성여대만의 고유한 ‘여성리더십’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차미리사 선생의 창학 이념은 자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으로 사회의 공적담론을 만드는 여성 리더로서의 성장을 모색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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