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천안함 사건?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천안함 사건?
  • 김지영 사회부 객원기자
  • 승인 2010.09.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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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국방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와 함께 발간한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천안함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북한에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강호룡 기자가 살펴본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이란 제목의 이 만화는 32쪽으로 구성돼 있다. 일요판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천안함 사건을 취재하며 이와 관련된 논란과 의혹들에 대해 사진과 도표 등을 이용해 상세히 설명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만화에서 강 기자는 부장한테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의혹을 파헤치라는 지시를 받는다. 부장은 “정말 물증만을 근거로 추측기사는 절대 쓰지 않는 최고의 기자가 써야 한다”고 강 기자에게 임무를 부여한 이유를 설명한다. 강 기자의 애인으로 나오는 송은혜는 강 기자에게 “확실한 증거 없이는 기사 함부로 쓰지 마라.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했다간 한방에 가는 수가 있다”고 경고까지 한다. 
   만화에서 강 기자가 천안함 침몰이 기뢰에 의한 것인지 어뢰에 의한 것인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많은 사람들이 접촉폭발(공기 중 폭발)과 비접촉폭발(수중 폭발)을 구분 못하고 있고, 미국의 이모, 서모 교수들도 이를 헷갈려하던데, 내 설명을 똑똑히 잘 들어봐”라며 ‘이모 교수’나 ‘서모 교수’가 기본적인 내용조차 알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한다(만화가 지목하는 ‘이모 교수’는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 ‘서모 교수’는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보인다. 국방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라 안팎에서 반론을 제기해온 이들이다).
   만화에는 주인공이 화난 여자친구에게 돈 봉투를 건네자, 여자친구가 “쩐은 좋은 거야”라며 화를 풀고 돈을 세는 등 여성비하의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또한 참여연대가 유엔에 천안함 사건 관련 서신을 보낸 데 대해서도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단정짓는 등 시민단체와 일반 국민들까지도 비하하는 듯한 내용이 들어있다.
   국방부는 무슨 생각으로 홍보용 만화에 이렇게 많은 비하를 넣었을까? 국민들은 그런 내용을 보고도 아무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니면 전문가도 아닌 국민들이 무엇을 알까 하는 마음에?
   아마 국방부에서는 우리 국민들을 의사표시도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치원 수준의 머리를 가진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이런 국민들에게는 쉽고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만화를 통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물론 국방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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