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여성의 폐부를 옥죄다, 코르셋
[페미니즘] 여성의 폐부를 옥죄다, 코르셋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9.18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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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등장했던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그녀, 엘리자베스 스완을 기억하는가? 나중에는 해적왕의 지위에까지 올라 온 바다를 호령하며 당당한 여성상의 표본을 제시하다시피 한 그녀지만, 한때는 동시대의 유럽여성이 함께 지니고 있던 고통을 그녀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자. 바로 코르셋이다.
   코르셋은 체형보정용 속옷의 한 종류로, 고대 크레타 섬의 미케네문명의 의복에서 기원해 16c 근대유럽에서 그 인기의 최고조를 이룬 물건이다. 호리병처럼 가는 허리실루엣과 대조적으로 풍성하게 퍼진 하단이 유행을 타게 되자 고래뼈 · 강철 등을 심으로 넣고 뻣뻣한 천의 여분을 끈으로 단단하게 조여 허리 부분의 모양을 내는 용도로 사용됐다. 유행에 따라 19세기의 경우에는 허리에서 가슴부분을 강조했고 전반적인 길이가 늘어나는 등 형태에 부분적인 변형이 가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 소재가 강철 등의 단단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레 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과연 이 같은 속옷을 착용하고 다녔던 여성들의 몸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을까. 잘 알려진 것처럼, 몸매보정을 위해 착용했던 코르셋으로 인해 여성들의 허리는 비정상적으로 가늘어졌으며 그로 인해 늑골의 모양이 변형되면서 장기들 역시 위 아래로 밀려나게 되었다. 원래 허리를 곧게 받쳐주던 근육들이 힘을 받지 못해 약해진 것은 물론이다. 이뿐인가. 코르셋을 착용하고 있음으로 해서 허리를 굽혀 물건을 줍는다는 일상적인 동작역시 그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본인들도 어찌나 답답했으면 이런 현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여성에 관한 또 다른 관습이 생겨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일러스트까지 등장했을까. 이처럼 여성들을 심신으로 괴롭혀왔던 코르셋의 착용은 여권이 신장되고 의복에도 변화가 오면서 자연스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르셋은 우리에게 그 용어와 외관이 낯설지 않다는 것에서부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소재를 달리한 보정용 속옷에서부터 성적매력을 과시하기 위한 소품으로도 사용되는 코르셋은 이미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얇은 허리와 S자의 곡선이 하나의 강요처럼 여성들에게 다가오는 요즘, 우리는 다시금 갑갑한 철판사이에 몸과 마음을 옥죄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는 자문해보자. 외모가 특권으로 작용하는 시대에 산다는 이유로 겨우 풀려난 족쇄에 다시금 몸을 밀어 넣는 행위가 과연 주변시선의 말없는 강요에 의한 것인지, 이미 이런 세태에 길들여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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