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 조송미(약학 87)
  • 승인 2010.09.18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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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지리산’이란 노래가 있었다. “나는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 눈 덮인 저 산만 보면…” 나에겐 지리산의 노랫말처럼 ‘덕성’이란 이름만으로도 피가 끓고 가슴이 뛴다. 내 삶의 근간이 되고 있는 가치관들이 그 속에서 형성되고 자라왔기 때문이다.
   1991년 말에 내가 자비로 출판한 책 한 권이 있다. 그 당시 나는 투쟁의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그 당시 투쟁의 과정에서 학우들, 선후배간에 주고받았던 편지글을 모아서 책을 냈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살다가 최근 그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당시 한 친구에게 보냈던 내 편지를 소개 하는 것으로 그 당시 이야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제가 경험한 87일간의 우리들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작년 1990년 2학기 87일간의 투쟁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지요. 그 당시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참 삶의 의미를 깨달아 나가고 있는 일치단결 민주덕성 제 6대 총학생회장 조송미 입니다”라고 소개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렵게 결심한 총학생회장으로서의 1학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총학생회장으로서의 나의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마음을 굳게 다졌지만 4월 3일을 마지막으로 1학기 학원자주화 투쟁을 정리, 2학기 투쟁을 결의한 이후로 나는 우리 학생회가 5천 학우들과 함께 하고 있지 못함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투쟁의 현장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학우는 평균적으로 200명을 넘지 못했다. 그러한 것이 늘 가슴 아프게 했다.
   2학기 개강을 하기 전날, 우리는 “학원자주화 투쟁은 당위가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쁘다.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요구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 학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요구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당면해서는 지금 공간문제가 학우들의 절실한 문제라면 우리는 거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데 개강을 하자마자 우리는 엄청난 사실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에 신문사 주간 교수님으로, 국민연합 발족식 때 민교협의 깃발아래 사립학교법 개악 저지투쟁을 힘차게 하셨던, 그리고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용기와 힘을 주시던 성낙돈 교수님께서 8월 2일자로 재임용에서 탈락 되셨다는 것이다. 이는 평협(평교수협의회)을 통해 총장직선등 학내 민주화를 위해 애쓰셨던 교수님의 재임용 탈락을, 현 정권과 재단, 학교당국의 민주 세력 말살음모이고 덕성의 민주세력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들 모두는 덕성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싸워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다. 
   1차 비상총회로부터 시작하여 덕성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선생님 물러서지 마세요’ 공연. 그 뒤 10월 24일 비상총회에서 106명 학우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선생님들의 만류와 학우들의 투쟁결의…. 단식을 진행하면서 같이 느꼈던 사랑과 분노, 아픔, 쓰러지는 동지를 일으키면서 우리가 주고 받았던 사랑, 믿음을 아직 기억한다. 우리는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단식 중이었던 31일 3차 비상총회와 그 후 진행되었던 실전투쟁은 덕성재단에 쐐기를 박는 쾌거였다. 그리고 11월 16일 학교당국은 나에게 “무기정학”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 후 20년이 지난 지금 난 마포구 공덕동에서 푸른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한 곳에서 16년간 약국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는 꽤 유지이다. 매일 약국에서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웃 주민들 그들에게 약사로서 내가 해줄 말이 있어서 좋고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을 거치면서, 몸에 밴 것이라 생각된다.
   여전히 덕성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한 과정에 놓여있다. 그러나 내가 자부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덕성의 구성원들은 어디에서도 훌륭하고 빛난다는 것이다. 덕성여대가 좋은 교육 여건을 가진 민주사학으로 계속 발전해 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힘들을 하나로 모은다면 기필코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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