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당신의 덕성여대신문은 어떤 신문일까요
[백미러]당신의 덕성여대신문은 어떤 신문일까요
  • 이민정 기자
  • 승인 2010.09.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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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결혼을 앞두고 성실히 살아가던 한 청년의 몸이 용광로의 붉은 섬광 속으로 허망하게 녹아들었다. 새벽 2시라는 야심한 시각에 환영철강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끌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어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올린 조시가 화제가 되기 전까지 그 청년의 죽음은 인터넷 곳곳을 도배하다시피 한 ‘4억 된장녀’, 모 연예인의 도박관련 의혹을 다룬 기사와 다른 병역비리 기사들에 파묻혀 있었다. “그 쇳물은 쓰지 말라”며 읽는 이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두드린 그 조시가 아니었다면 아직까지도 뉴스 란에는 온통 연예인들의 가십성 기사들만이 가득했으리라.     
   하지만 이 사고에 엮인 이야기는 좀 더 많은 것을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용광로 사건”이 만인의 관심을 끌게 되자, 이번에는 여러 언론사 측에서 조시를 지은 네티즌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정작 용광로에서 사라져간 청년은 이미 말이 없는데 국민들의 감성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네티즌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다시금 ‘이슈’가 될 만한 화젯거리를 찾으려 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그가 보인 반응은 기자들뿐 아니라 평소에 마우스를 딸깍 거리며 가십거리를 찾아다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으로 남았다.
   연합뉴스와 독자적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는 “저에게 관심을 보일 일이 아닙니다. 언론이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야 한다면 바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지당한 말이다. 언론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면 독자들이 ‘흥미를 갖고 봐줄만한 기사거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알아야 할 기사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일이지 않을까.
   개강하고 벌써 세 번째로 만드는 신문이다. 부장이랍시고 자리에 앉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마다 아직까지 어색하기만 하면서도 문득 덕성여대신문은 과연 지금 어떤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비추어지고 있을까란 의문을 감출 수가 없다. 언제나 우리는 알아야 할 기사를 관심을 갖고 봐줄 수 있을 만큼의 흥미를 지닌 질의 기사로 써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신문이 발간되고 나면 그 판단은 더 이상 우리의 몫이 아니다. 여러분의 덕성여대신문은 과연 흥미만을 추구하는 신문일까, 알아야만 할 일을 당당히 소리치는 신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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