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아래 창조적 상상력 기르기
가을 하늘 아래 창조적 상상력 기르기
  • 유석형 평생교육원 부원장
  • 승인 2010.10.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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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과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서서 고즈넉한 가을 빛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물과 바람의 무심한 폭력이 그렇게도 우리와 우리 이웃을 힘들게 했기에 올 여름은 유난히도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고즈넉함, 고요함, 침묵이라는 표현은 우리의 마음의 평정이며 창조적 상상력과 연관된다. 예이츠는 이 상황을 ‘긴 다리 소금쟁이’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냇물 위 떠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침묵 위를 미끄러지네” 흔히 들녘 냇물이나 소택지에서 볼 수 있는 소금쟁이가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다리 끝부분에 많은 잔털들이 나 있어 그 속에 맺히는 많은 공기방울들에 의해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 위 소금쟁이의 날렵한 스케이팅은 우리 마음의 창조적 상상력으로 비유되고 있다.
  예이츠는 창조적 상상력이 자라는 환경은 고요함, 즉 침묵으로 보고 있다. 이 시 1연에서 시인은 로마제국의 건설은 시저 장군의 창조 행위의 결과물로 본다. 그가 한쪽 손을 머리에 고이고 막사 안에서 작전 지도를 펴놓은 채 물끄러미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시인은 명령한다. 2연에서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던 헬렌을 등장시킨다. 즉, 그녀의 미모 가꾸기, 다시 말하면 그녀의 천재성이 표현되기 위해서는 정적과 침묵이 요구된다. 장터에서 주워 익힌 그녀의 땜장이 춤을 통한 창조적 행위는 집단 관음증의 구경꾼을 의식하지 못한 채 순수하고 명징하다. 시저와 헬렌의 창조적 상상력은 냇물 위 떠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들의 마음이 각기 침묵 위를 움직일 때 발휘된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돌팔매 끈을 왼편 어깨에 메고 골리앗이 다가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의 다윗상을 교회당에서 빚고 있는 미켈란젤로를 내세운다. 시인은 그의 생기발랄한 조각상을 보면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속에 첫 남자를 그리워하듯 그들로부터 성의식을 불러낸다고 본 것이다. 시인은 명령한다.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속에 첫 아담 만날 수 있게 교황 예배당 문은 걸어 잠그고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비계(飛階) 위 미켈란젤로가 몸을 기울여 작업 중이니까. 그 정적의 순간에 시저는 로마의 문명이 탄생되는 작전을 세웠고 그 침묵의 순간에 헬렌은 그녀의 춤사위 속에 우리를 가두었으며, 미켈란젤로는 다윗의 조각상 앞에 선 선남선녀의 사춘기 사랑에 불을 지핀다.?폭풍이 휩쓸고 간 후 이 고즈넉한 가을 날 우리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의 마음이 냇물 위 떠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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