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인의 얼굴들
패륜인의 얼굴들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0.10.09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 사이트에 올라온 ‘지하철 패륜녀’ 동영상이 화두였다. 동영상은 지하철에서 10대 여학생과 한 할머니의 난투극을 담고 있었다. 그 동안 온갖 패륜인에 대한 동영상과 사진들이 인터넷상에서 떠돌아 왔으니 새삼 신기할것도 없겠거늘 이 동영상은 또 화두가 되어 한동안 회자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네티즌들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 그동안 한 주체를 마녀사냥 하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영상 속 여학생 측과 할머니 측으로 나뉘어 각 편을 옹호하는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 측의 입장은 이해할만하다. 여학생을 옹호하는 쪽 네티즌들은 “영상 속 할머니는 ‘2호선 파이터 할머니’라 할 정도로 평소 언행이 과격하다”고 하고, 할머니를 옹호하는 측은 “연장자에 대한 여학생의 언행이 바르지 못했다”고 여학생을 비난하고 있다.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엔 어떤 시민이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발견한 여학생이 울며 “인터넷에 올려!”라고 절규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 풍경을 보고 뜯어 말리기보다 ‘역시 구경 중 구경은 싸움구경이지’하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다.
   몇 언론에서는 이 동영상에 얼굴이 노출된 상태로 무차별 배포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서 노출 된 사람은 누구일까? 할머니와 여학생의 초상권 침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렇게 무수한 동영상 조회에도 불구하고 수박 겉만 핥은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동영상에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들도 함께 노출되어있지 않은가.
   어쩌면 이는 표정만 노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이 노출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남의 일에 함께 하지는 않지만 관음증처럼 지켜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내면이 그대로 보여지고있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옷을 껴입는다. 그런데 지하철 패륜녀 사건을 보는 사람들은 알몸을 가리려하기보다 이쪽이다, 저쪽이다 편협한 편가르기에 서서 양 측의 옷을 벗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에서 옷으로 가릴 필요가 없는 완전한 타자라고 할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