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엔 네티즌들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 그동안 한 주체를 마녀사냥 하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영상 속 여학생 측과 할머니 측으로 나뉘어 각 편을 옹호하는 반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 측의 입장은 이해할만하다. 여학생을 옹호하는 쪽 네티즌들은 “영상 속 할머니는 ‘2호선 파이터 할머니’라 할 정도로 평소 언행이 과격하다”고 하고, 할머니를 옹호하는 측은 “연장자에 대한 여학생의 언행이 바르지 못했다”고 여학생을 비난하고 있다.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마지막엔 어떤 시민이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발견한 여학생이 울며 “인터넷에 올려!”라고 절규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 풍경을 보고 뜯어 말리기보다 ‘역시 구경 중 구경은 싸움구경이지’하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다.
몇 언론에서는 이 동영상에 얼굴이 노출된 상태로 무차별 배포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서 노출 된 사람은 누구일까? 할머니와 여학생의 초상권 침해라고 이야기한다면 그렇게 무수한 동영상 조회에도 불구하고 수박 겉만 핥은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동영상에는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들도 함께 노출되어있지 않은가.
어쩌면 이는 표정만 노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이 노출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남의 일에 함께 하지는 않지만 관음증처럼 지켜만 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내면이 그대로 보여지고있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옷을 껴입는다. 그런데 지하철 패륜녀 사건을 보는 사람들은 알몸을 가리려하기보다 이쪽이다, 저쪽이다 편협한 편가르기에 서서 양 측의 옷을 벗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에서 옷으로 가릴 필요가 없는 완전한 타자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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