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를 보면서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났다. 그 이유는 이렇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드디어 어린이미술관을 근사하게 꾸미고 문을 열었다. 매일 1,00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혹은 학교수업의 일환으로 어린이미술관을 다녀간다. 지난 8월부터 어린이들이 10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 어린이는 누구나 대 환영인 개방적인 곳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그곳에 오지 못하는 어린이가 더 많다. 특히 장애가 있는 어린이는 더 그렇다.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어린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시각장애어린이들을 어린이미술관으로 초대했다. 문화는 누구나 누려야 하고 특히 우리 같은 국립기관은 장애가 있는 어린이일수록 더욱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6개월 이상오랫동안 그 일을 준비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생각보다 무척 심각했다.
첫날 교육을 마친 뒤 어린이들을 인솔해온 선생님들께 우리는 호된 원성과 비난을 받았다. 우리는 잠시 의아했고 그 다음엔 무척 당황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명,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렸던 어린이는 즐거워했고 저도 대단히 만족스러웠었는데 말이다.
다음날, 또 다른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초대되어 왔다. 전날 보다 장애가 더 심하고 더 어린 친구들이었다. 이번에는 어린이미술관의 모든 사람들이 전날만큼 즐겁지 않았다. 다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일로서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돌아간 후, 우리는 모두 지쳐서 밥 먹을 기운도 없어졌다. 그런데 다시 선생님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처 오지 못한 다른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시오고 싶다고. 단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전날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어린이들을 더 친절하게 맞고 더 긴장하고 어린이미술관의 모든 선생님들이 매달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두 번째 날이 지나간 후 생각했다. 무엇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 변화를 가지는 것은 실패하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실패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의도 받고 욕도 먹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았던 뭔가를 시도하고 새로운 일을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을 향한 소박한 도전이자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이다. 그래서 그 먼 길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났던 것이었다. 덕성인 역시 영화 <도전> 속 주인공처럼 작은 차이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조금씩 조금씩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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