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를 아십니까? 그럼 경교장도 아십니까?
김구를 아십니까? 그럼 경교장도 아십니까?
  • 이경라 기자
  • 승인 2011.03.04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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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서올을 찾아서1.

 

 

서울시 종로구 평동 108번지에는 강북삼성병원이 있다. 서울시 종로구 평동 108-1번지. 이 주소로 가면 거대한 강북삼성병원에 딸려 있는 듯한 2층짜리 양옥이 있다. 언뜻 보기에도 병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외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 가까이 가보면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백범 김구 선생의 서거 현장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인 ‘경교장’.

경교장이 왜 병원에?
우리나라 근현대를 기억하고 있는 경교장이 왜 병원과 함께 서있게 되었을까? 경교장은 1945년 12월 3일, 김구 선생을 비롯한 임시정부 국무위원 15명이 청사로 사용하면서 첫 국무회의를 연 뒤 마지막 청사로 이용한 장소다. 또한 김구 선생이 분단을 막기 위해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준비한 장소이기도 하다. 1949년 6월 26일에는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김구 선생이 서거한다. 그 뒤 항일 애국지사들은 경고장을 백범기념관으로 두고 역사와 사적을 보존하고 김구 선생이 생전 가지고 있던 나라와 민족을 위한 뜻을 기리기로 했다.
그러나 1994년 서울시가 표지석을 세우기 전까지는 안내판 하나 없었다. 김구 선생 서거 후 45년 동안 경교장은 잊혀져 있었던 것이다. 잊혀진 시간동안 경교장은 타이완대사관, 미군 의무부대 주둔지, 베트남대사관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68년 강북삼성병원의 전신인 고려병원에 인수되고 난 후 42년 간 병원의 시설 일부로 쓰여 왔다. 경교장 내 임시정부 국무회의장은 약품 창고와 병원 원무과로, 김구 선생의 집무실은 의료진 휴게실로, 이시영 선생 집무실은 화장실로 변형됐다.

거짓 속에 감춰진 진실의 공간
분명 멀쩡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경교장복원범민족 추진위원회의 문화재 지정 요청 공문에 대해 병원 측과 서울시는 ‘경교장이 너무 낡아 문화재로 지정하기 곤란하다’라는 말만으로 경교장의 보존해야할 사적 가치를 짓밟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요구와 탄원에 2001년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로 지정됐다. 근처 50m 이내에는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는 문화재 관련법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의 강북삼성병원과 붙어 있는 경교장은 언급하지 않고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경희궁 터를 대신 적은 삼성병원 건물 증개축 허가 신청서를 통과시켰다. 병원측이 교묘히 건축 심의를 피해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결국 새로운 병원 건물이 경교장 주변에 높이 세워지면서 경교장은 더욱 병원과는 동떨어진 안타까운 형태로 남게 됐다.
다행히 2005년에는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465호로 지정되어 2005년 2층 집무실 내부를 복원했으나 나머지 공간은 모두 병원 건물로 사용해 왔다. 66㎡의 공간에만 ‘백범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중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를 하게 된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삼성과 경교장 구입 협상을 벌여왔으나 결렬됐다. 여론이 술렁이자 삼성은 작년 여름 경교장 건물을 기증이나 매각이 아닌, 서울시에서 무상 임대해 주는 비책을 내놓았다. 소유권은 끝까지 삼성이 가지면서. 게다가 이번 복원 계획에는 백범이 손님을 맞고 남북회담을 구상하던 정원이 빠졌다. 경교장 건물이 복원되더라도, 경교장 앞은 여전히 택시들이 잠시 주차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정거장으로 계속 북적거릴 것이다.

반쪽 뿐인 헛된 발걸음은 그만
경교장이 내년 8월 15일 광복절까지 완전 복원된다. 서울시는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월 공사를 시작한다. 지난달까지 매주 토요일 정해진 시간대에만 관람을 허용했으며, 자유 입장은 불가했다. 이렇게 경교장은 내년 여름까지 문을 닫는다. 무상임대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유형문화재,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근현대의 역사를 간직한 이 건물이 누군가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김구 선생이 서거한지도 60년이 훌쩍 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가 병원 현관으로, 택시 정거장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곳으로 홀대받고 있었던 지난 세월동안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가 선생의 뜻을 마음깊이 새기고 돌아왔다는 지난날의 일기를 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경교관 2층 백범기념관 출입구에는 김구 선생이 안중근 의사 의거 기념일에 쓴 글귀가 적혀있다. ‘눈 덮인 들길 걸어갈 제 행여 그 걸음 아무렇게나 하지 말세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눈 덮인 들길처럼 앞이 하얗기만 하고 걸음 떼기가 힘들던 시기에 나라와 민족을 주창하며 후대들에게 길을 터준 김구 선생. 내 뒤에 올 사람을 위해 한 걸음에도 신경을 쏟았던 그가 있던 자리, 철거될 뻔한 위기들도 맞으며 지켜온 자리, 이 자리에 써 있는 숭고한 이 글귀가 완전하지 않은 반쪽 복원같은 이 상황을 꾸짖는 듯하다.

 

*경교장을 방문해보세요.
● 가는 방법: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 오른쪽으로 직진하시다보면 서울적십자병원과 서울적십자간호대학이 있는데 강북삼성병원은 그 뒤쪽에 있다. 강북삼성병원의 현관처럼 쓰이는 곳이 바로 경교장이다.
● 찾아볼 특징: 김구 선생이 서거할 당시 안두희가 쐈던 두 개의 총탄 구멍이 있는 유리창을 재연해놓은 것이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 또다른 역사를 찾아서: 경교장 뒤편에는 서울성곽순례길 4구간이 있다. 경사가 급하고 계단이 많으니 가벼운 산책보다는 굳은 마음을 먹고 출발해보자. 경교장을 지나면 뒤쪽으로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있으니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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