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대학이다
대학은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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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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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봄이다. 거의 백 번 가까이 이 땅의 그것을 누리고 가신 금아(琴兒) 선생께서 그러면서도 그토록 또 기다려 마지않으신 바로 그 봄. 천치처럼 꽃 뿌리며 중얼거리고 온다시던 그 봄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 있다, 기쁘지 아니한가. 방사능 봄비도 우리 머리를 적신다, 이 또한 미쁘지 아니한가.

  봄이니만치 당연히 꽃들 피어난다. 들판 가녘 양지쪽 둔덕에 오종종 몰려 큰개불알풀꽃, 냉이꽃, 꽃다지, 주름잎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날 때, 문득 고개 들면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 백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들 차례지어 피어나 눈앞 아득해지는 법. 그렇게 봄 깊어 백화(百花)는 난만(爛漫)하고 만화방창(萬化方暢)해 지면 키 큰 아까시나무 꼭대기마다 하얀 꽃등불이 꼭 유년(幼年)처럼 불 밝히다가 이윽고 밤나무에 배턴 터치, 그 오묘한 꽃향기마저 굵은 비에 씻기고 나면 문득 여름이었다. 일월의 순환처럼 놀랍게 순순하던 저 꽃들의 질서라니.

  그런데, 아아 그런데 이제 한반도의, 특히 서울의 꽃들은 무리지어 떼 지어 한꺼번에 뒤죽박죽 피어난다. 큰냉꽃주생산매백개진벚개이다름강수화목나달꽃불꽃련리래알무유풀…. 왜 그런가 했더니 지구가 데워져 그렇단다. 이 모든 것은 경제성의 원칙, 최단거리 노선만을 지고선(至高善)으로 추구해온 근대인들의 강박이 낳은 병증들이다. 돈이 좀 더 들고 멀리 에돌아가더라도 사람들에게,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생령들에게, 아니 지구 그 자체에 어느 것이 더 후덕(厚德)한 일인가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도구적 이성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할(喝)이기도 하고.

  이러한 사태는 우리에게 지구에서의 삶의 제 1원칙을 재정비하라고 타이르는 듯하다. 짧은 시간 안에 멋지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길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온 저간의 우리 삶의 모토가 ‘굵고 짧게’였다면, 이제 그것을 ‘가늘고 길게’로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이다. 어쩌면,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리우 회의의 명제가 그것을 이미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마음이 청맹과니, 귀머거리라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

  사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체계의 변화는 그 어디보다 대학이 앞서 보여주어야 했다. 대학의 존재 이유가 바로 그런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대학들은 어떠한가. 그렇게 돈을 더럽게 벌어서는 안 된다고 기업가들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자본가들이 하는 온갖 방법을 거꾸로 학교에 적용해 보지 못해 안달이 났다. 최단거리를 찾는 무한 경쟁의 캐터필러 소리가 교정을 뒤흔든 지 오래인 것이다.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옳은지 주저하고 망설이는 인문학적 성찰은 시간 낭비일 뿐이니, 장자가 이미 2,300여 년 전에 이른 바 무용(無用)의 용(用) 따위는 귀에 찰 리가 없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에서는 그것이 대학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일들도 쉽게 일어난다. 국세청이 각 대학의 축제 때 부른 연예인들에게 지급한 돈의 내역을 조사한단다. 들리는 바로는 그 중의 몇몇 그룹의 출연료가 2, 3천만 원에 이르리란다. 놀랍고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물론 몇몇 큰 대학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우리에게도 그런 요소가 없는지 따져는 볼 일이다. 연예, 공연, 오락, 전시 지상주의가 과연 우리 대학에는 발붙이고 있지 않은지 깊이 되돌아볼 일이다. 대학은 대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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