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개입은 정당한 국제규범인가?
인도적 개입은 정당한 국제규범인가?
  • 박흥순 선문대 국제·유엔학 교수, 국제정치학회 국제
  • 승인 2011.05.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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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보호와 국가주권의 갈등과 조화의 딜레마

  지난 2월 이래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맨 등 중동지역에 불고있는 민주화의 요구는 이른바 ‘재스민’혁명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변화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특히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경찰과 군 병력, 심지어는 전투기를 동원하여 시위군중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지경에 이르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가는 유엔안보리 결의하에 NATO와 함께 리비아의 군사기지 및 주요기관을 폭격하는 등 정권의 인권유린을 차단하기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딜레마에 빠진 국제사회

  이러한 사태발전은 국가주권과 인권보호간의 우선순위에 관하여 국제사회에 커다란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인권은 전통적으로 천부의 권리로서 신성시 되고,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보호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원칙으로써 국가주권의 원칙, 내정불간섭의 원칙이 국제질서와 평화를 위해서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해당정부나 국가지도자에 의하여 인권이 무자비하게 유린되는 경우 이 문제는 해당국이 주권에 의하여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내정문제인가, 아니면 국제사회가 국제 정의를 위해 군사적 개입을 해야 하는 문제인가. 탈냉전 시대에 인권에 대한 인식변화, 그리고 ‘인간안보’ 개념의 확대에 따라 코소보, 소말리아, 동티모르 등에서의 분쟁에서 자행된 인종학살 등 잔혹행위와 관련하여 소위 ‘인도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의 정당성이 대두되었다. 기본적으로 ‘인도주의’는 주민이 전쟁, 내전, 재난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인종, 종교, 국적, 이념 등을 초월하여 구호 및 지원을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다. ‘인도주의적 개입’ 혹은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은 이러한 피해가 특히 심각한 경우, 즉 인권의 남용이나 유린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경우 국제사회가 군사력으로 개입하여 이를 응징하거나 구제하는 조처를 의미한다. 논란의 쟁점이 되는 것은 군사력을 사용하여 개입할 권한이나 혹은 책임 (의무)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원칙이나 개념으로서 매우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개입을 하는 경우, 그 개입의 기준과 근거는 무엇이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 문제로 대두된다.

 

갈라진 입장 차이

  국제사회의 입장은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리비아 사태나 그 이전의 국제사회의 개입에서 나타났듯이 미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은 인도적 개입의 원칙을 주창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실행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이들 국가들은 주권국가의 내재적인 보호책임, 유엔헌장의 책임,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협약, 국제 인도법 및 국내법등에 의한 법적 의무를 근거로, 그리고 유엔결의안에 의해서 인도적 개입을 합법적이고 정당한 조치로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여전히 인도적 개입은 확립된 국제법이나 원칙이 아니며 국가주권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서 개입의 근거나 명분도 불명확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개입의 사례는 선별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점에서 모순을 드러낸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령, 각각 30여만의 인종학살이 이루어진 르완다나 수단의 다푸르 분쟁사태 경우 국제사회는 이를 오랫동안 외면한바 있다. 개도국들은 이러한 이중성은 인도적 개입이 인도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동기에 의해 선택되며 자칫 개도국 내정에 대한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리비아의 경우 서방국가들이 유엔결의안 1973호를 남용하여 민간인 보호를 넘어 카다피 정권의 퇴진이나 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인권개념의 보편성이냐 아니면 인권의 특수성 및 상대성이냐의 가치관의 차이 서방과 개도국간의 인권과 민주주의제도의 내용과 적합성에 대한 입장 차이, 무엇보다도 서방국가들의 이 국가이익추구의 실제 행태에 대한 개도국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의 과제

  인도적 개입은 현재 확고하게 정립된 국제원칙이거나 국제법적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진보에 따라 인권개념의 확대와 이에 대한 이론적, 제도적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추세란 점에서 인도적 개입은 새로운 국제규범으로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범이 국제규범 혹은 연성국제법(soft law)으로써 최소한의 요건과 국제적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한 형식요건이나 강대국 위주의 주창보다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적용기준을 개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입은 집단학살이나 대량살해, 마지막 선택(last resort), 임시적이고, 사태종료 후 즉시 철군, 국제인도법 준수 및 해당국의 영토독립성의 보장 등의 경우에 국한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정의는 강대국의 일방적 정의에 의해서 강요될 수 없으며,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나 정부지도자도 그 공동 혹은 개인적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서방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국가주권과 인권보호가 마찰이 아니라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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