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독립다큐로 보는 새로운 가족이야기
5월, 독립다큐로 보는 새로운 가족이야기
  • 정선영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 승인 2011.05.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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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리도 가난하던 70년대, 한국은 중동 건설붐에 편승해 수많은 아버지들을 먼 타국행 비행기에 태웠다. 그리고 그 아버지들이 흘린 피와 땀은 80년대, 길게 잘 뻗은 다리와 도로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높다란 빌딩과 아파트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버지들은 자부심을 가졌다. 한국 경제발전에 초석을 만든 것이 바로 자신들이라고.

  영화 <모래>를 만든 감독의 아버지 또한 중동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만리타향에서 열심히 벌어온 돈은 감독이 대학교를 가고, 동생이 유학을 가는데 보태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감독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노른자 땅’이라는 타이틀로 수없이 오르내리던 ‘은마아파트’를 얻는데 쓰였다. 하지만 호황의 시절도 잠시, IMF 위기가 닥치고 아버지는 실직까지 하며 국가의 부채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버지는 끝내 아파트를 포기 하지 않는다. 시간의 역사를 증명하는 녹슨 표지판과 벗겨진 페인트가 흩날리는 그곳, 영화는 아직도 감독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30년이나 된 낡은 아파트가 재건축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보이지 않는 숫자놀이에 빠져 있음을 애틋한 ‘자식’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아파트는 여전히 시대의 보상이고 자존심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 제작자 자신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대상들을 드러내는 ‘사적(私的)’ 다큐멘터리가 열풍처럼 늘고 있다. 이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있어 ‘사적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은 형식으로써만이 아니라 하나의 소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한 사회를 이루는 가족과 개인이라는 기본 단위가 세상을 이루는 모든 언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사적 다큐멘터리에서 발현 될 수 있는 무수한 잔가지들이 ‘자기 이야기’라는 부담감에 눌려 싹을 틔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모래>는 그런 경계를 잘 벗어나 있다. 더불어 <모래>는 사적 다큐멘터리의 힘이 반듯하고 명확한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서정성을 담보로 한 일종의 개인적인 진실에서 온다는 사실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래>는 5월 우리가 새로운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는데 큰 힘이 되어 줄, 작지만 무너지지 않게 공들여 쌓아올린 의미 있는 선물이다.

*공동체 상영 문의는 시네마달(www.cinemadal.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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