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와 대학의 염치
시간강사와 대학의 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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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2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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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회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한 사회의 밝은 모습은 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의해 지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도 그래서이다. 대학 강의의 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시간강사들의 급여는 대학마다 차이는 있으나 거의 기본적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이다. 덕성여대의 경우 시간 당 강의료가 전국 평균보다는 높으나, 전임교원이 받는 처우에 비해서는 턱없이 초라하다. 현재 한국의 대학교육은 시간강사들이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강요된 희생’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머지 대학구성원들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혜택의 무심한 수혜자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직업군들이 많은 만큼,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문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주목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사회 전반의 모순을 개선하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일지라도, 우리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부조리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을 지니고 있다. 대학은 시간강사에 의존하려면 이들을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 시간강사에 대한 차별 위에서 운영되는 대학, 자신의 권리를 내놓고 주장하기 어려운 처지의 약자의 희생 위에서 운영되는 대학을 학문 공동체라 할 수 있을까?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처우와 관련된 새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 되더라도, 급여수준의 인상에 관한 조항의 법적 효력은 국립대에만 적용될 것이다. 사립대학의 경우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과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여전히 법이 아니라 이러한 ‘염치없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대학구성원들의 의지일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을 개선할 우선적 책임은 당연히 대학본부와 이사회, 또 더 넓게는 전임교원들에게 있다. 하지만 학생들도 현 상황의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서, 또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서도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누구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대학에서 열의와 책임감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또 새 법안이 마련되어 강사들에 대한 국립대학의 처우가 대폭 개선될 경우, 이런 흐름에 뒤처진 사립대학은 점점 더 우수한 강의자들을 위촉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도 이미 훌륭한 강의자에게 초라한 강의료로 강의를 부탁하기가 매번 염치없고 송구스럽다.

  물론 외부강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이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대폭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의 핵심은 무엇에 우선적 가치를 두어 어디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즉,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사람’ 아닌 무엇이 희생되는 것이, 또 불가피하게 누군가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시간강사와 같은 약자가 아닌 누가 이를 감당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학문공동체에 걸맞은 선택인지가 깊이 성찰되어야 한다. 대학이 학문공동체라면 그곳에서 핵심적 역할을 떠맡고 있는 수많은 시간강사들의 기본적 생계를 보장하는 일보다도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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