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과 미래경제
블랙스완과 미래경제
  • 이강년 21세기경제학연구소 책임연구원
  • 승인 2011.05.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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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예측할 수 없는 검은 존재

 

  과거엔 검은 백조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고 나서야 이 믿음이 무너졌다. 검은 백조는 인간이 경험적으로 얻는 지식과 이에 기반해 구축한 모델(혹은 가설)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이 언제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검은 백조(Black Swan)”는 원론적으로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철학자 칼 포퍼가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핵심으로 “반증가능성” 개념을 정립했는데 이 개념에 앞서 말한 블랙스완이 포함되어 있다.

  반증가능성이란 어떤 가설이 사실과 증거에 의해 반증될 가능성이 있어야만 과학적 가설이며 반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이는 과학적 가설이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검은 백조가 없다는 가설도 반증가능성을 지닌 과학적 가설이다. 실제로도 사실과 증거 때문에 앞의 가설은 부정되었다. 이처럼 어떤 과학적 가설과 모델이든 예측이 불가능한 사건에 맞닥뜨릴 가능성을 ‘검은 백조’는 반드시 지니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저축이든 주식투자든 복권을 사든, 여윳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재테크를 하려면 계획을 짜야하고 계획을 짜려면 경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관점이 있어야한다. 간단히 말해서 경제에 대한 과학적 가설이 필요한 셈이다. 그리고 어떤 가설을 선택하든 블랙스완이 있다. 그러니 무엇이든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파악할 가설이 필요하다. 가설이 없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랙스완, 예측할 수는 없나?
  이제 거시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일련의 가설에 대해 분석할 것이다. 경제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는 실질GDP성장률은 매 분기 발표되며 전년동기비와 전기비가 동시에 발표된다. 전년동기는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한 것이며 전기비는 전기와 비교한 것이다. 그런데 주식투자에 더 유용한 것은 전기비 성장률이다. 90년대부터 선진국에선 전기비 성장률을 중시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전기비를 연율로 환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년동기는 1년 동안 평균적 성장을 보여주는 셈이고 전기비는 1분기 동안 평균적 성장을 보여준다. 당연히 전기비가 현재 흐름을 더 잘 반영한다. 예를 들어 전년동기가 5%로 높게 나온 반면 전기비 연율이 1%를 기록했다고 하자. 그럼 최근에 경제는 부진한 것이다. 거꾸로 전년동기가 1%로 낮지만 전기비 연율이 5%라고 하자 그럼 경제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상승하면 기업과 자영업자 이익이 증가하고 머지않아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소득이 늘어나면 여윳돈도 늘어나고 사람들 여윳돈이 주식 등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결국 주식시장도 상승한다. 선진국 경제전문가들이 전기비 경제성장률을 주시하는 까닭이다.

전기비 성장률이 블랙스완의 지표가 될 수 있나?
   그럼 전기비 성장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가? 경제는 총수요와 총공급이 상호작용한다. 전기비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높으면 결국 총공급 증가속도가 총수요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초과수요 때문에 물가상승률도 오르고 수입도 증가한다. 수입증가가 지속되면 무역수지 적자가 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 환율이 오르게 되며 이는 다시 물가상승 압력으로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은행의 외환차입 감소를 부른다. 최종적으로 실질소득 감소, 인플레이션의 만연, 외환의 부족, 환율상승이 경제를 악화시키게 되고 주식시장은 하락하거나 심한 경우 폭락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전기비 성장률, 물가상승률, 환율 움직임, 무역 등 국제수지를 함께 살피면서 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제흐름을 보면 전기비 성장률(연율)이 2010년 1분기 8.5%, 2분기 5.7% 3분기 2.5% 4분기 2.0%며 2011년 1분기는 5.5%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지난해 초에 비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는 2009년과 10년 모두 약 4백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가 있었고 올해도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외화공급이 증가하고 외화공급 증가에 따라 환율이 하락했으며 환차익을 바란 외국인 투자와 함께 은행의 외환차입이 늘어나 주식 등 금융시장이 활황을 보이게 된 탓이다. 지난해 초부터 올해 5월까지 환율이 폭등할 때마다 경제와 주식시장은 악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환율이 폭등하고 변동폭이 크면 민간의 생산활동은 위축되며 외국인 자금은 감소, 유출되며 은행의 외화차입도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성장률이 계속 낮아졌다. 한마디로 최근엔 환율 움직임이 중요하고 이후에도 환율, 전기비성장률, 물가, 국제수지를 통해 경제를 가늠할 수 있다. 물론 블랙스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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