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산점제, 정답이 아니다
군가산점제,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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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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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3일에는 지하철 선로에서, 4월 17일에는 아파트 옥상에서, 휴가 중이던 군인이 투신자살했다. 같은 비극은 5월 19일에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국방부는 묘한 여론조사결과 하나를 발표했다. 남성 84.6%와 여성 74.2%, 우리 국민 대다수가 군복무가산점제(군가산점제)의 재도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전(有錢) 면제 무전(無錢) 입영’. 한국 병역 의무 제도의 현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표현이 있을까. 고위 공직자와 그들 자손의 병역 면제율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높다는 점은 이미 하나의 상식이다. 천안함 사태 해결을 위해 소집된 청와대 안보벙커에 군필자가 한명도 없었다는데 무슨 말이 따로 더 필요할까. 오히려 그 후 군 기강 잡겠다고 더 빡빡해진 군영(軍營)으로, 등록금 걱정에 떠밀려 생활에 등 떠밀려 없는 집 아이들은 오늘도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병역 양극화’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하는 것은 맞다. 혹시나 병역법에 구멍이 나진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하고, 병역의무를 ‘신성하게’ 이행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책도 더 강구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군가산점제만은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오답 중 오답이다. 1999년 위헌결정으로 이미 저승에서 안식하고 있었어야 할 군가산점제가, 병역이슈가 터질 때마다 물귀신처럼 수면 위를 오르내리니 지켜보기 안타깝고 민망하다. 잘 생각해 보면 이는 제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할 자랑스러운 군인들로 하여금 ‘보상’이라는 사탕에 목을 걸고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시민들에게 싸움을 걸도록 유도하는 꼴이다. 그 결과는 결국 약자 대(對) 약자의 싸움판일 뿐이다.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고위층=군 면제’ 공식을 적용한다면 사병으로 현역 입대한 남성들도 공무원시험에 목맨 여성과 장애인과 똑같이 결국 이 사회의 약자가 아닐 것인가.

  이제 우리는 군인이라는 말이 갖는 원래의 품격에 G20 대회를 개최한 국격에 걸맞은 진짜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 공무원시험 합격선에 간당간당한 소수의 제대 군인이 아니라 군역(軍役)을 이행하는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절실한 것이다. 입대 기억이 악몽이 아니라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구타나 반말 같은 모욕적인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야 하며 훈련 중 쓰러졌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못 받아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부모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 정권 들어 개점휴업상태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을 정상화하는 한편 군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연구와 교육을 재개하고 고무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보상은 기본 중 기본이다. 한강의 기적이니 세계 8대 수출국이니 으스대지만 말고 우리 사병들의 급여 수준을 그 규모에 걸맞게 대폭 올려야 한다. 제대로 쓸 곳에 쓴다면야 누가 증세를 마다할 것인가. 눈먼 것처럼 써대니 아깝고 아까운 것이다. 국민의 나머지 반쪽인 여성의 입대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국방력 강화나 평등권 실현은 둘째치고라도 군대 때문에 더 멀어진 화성과 금성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니 사회적 화합 차원에서도 좋지 아니한가. 당장 실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실현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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