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원, 왜 전쟁이라고 할까?
식량자원, 왜 전쟁이라고 할까?
  • 강준수 동의과학대학교 식품과학계열 교수
  • 승인 2011.06.0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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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연말 북아프리카에 있는 아랍연맹회원국인 튀니지에서 한 청년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그 청년의 분신 의도는 아주 단순한 민생고였다. 국제 밀 가격의 급등으로 빵 값이 인상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노점상마저 경찰의 단속으로 어려워지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 것이다. 이 결과로 올해 초 23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왔던 튀니지 벤 알리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하고 정권은 시민들에게 넘어갔다. 자스민의 나라 튀니지에서 시작해서 지금 중동전역에 내전과 민주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자스민 혁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떠한 권력이나 무력도 배고픈 국민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위기의 시대가 온 원인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011년 2월 발행된 <글로벌 식량위기시대의 新식량안보 전략> 보고서에서 수요측면, 공급측면 그리고 교역측면의 세 가지 방향으로 설명하고 있다.

 

식량잉여에서 식량부족으로

 

  우선 세계적으로 식량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요가 다원화되고 있다. 세계 인구는 해마다 늘어 2050년 91억 명에 이르게 되며 이와 아울러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BRICs)로 불리는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세계적인 식량수요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가 식량잉여에서 식량부족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또한 국제유가의 상승 역시 곡물을 포함한 국제 식량 수요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여러 차례 석유파동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로 옥수수, 밀, 사탕수수, 콩 등의 곡류를 원료로 만든 에탄올(ethanol)을 대체에너지로 개발하였다. 현재 유럽연합의 경우 전체 수송에너지 중 바이오에너지의 사용비중을 2010년 5.75%에서 2020년 10%까지 늘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은 2011년 미국 전체 자동차 연료의 10%를 옥수수 등에서 얻은 에탄올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가 요동칠수록 곡물의 식품 외 수요는 늘게 되어 식량부족의 심화는 자명하게 된다.

 

식량공급의 적신호

 

  세계적으로 식량의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져 있다. 2010년 지구 전역을 덮친 기상이변으로 세계 곡창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콘벨트’를 흐르는 미시시피강의 범람으로 옥수수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했으며 밀 곡창지대인 텍사스 등지에는 지난 3월부터 두 달간의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에 불과해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발 공급부족이 예고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밀 생산지인 중국의 산둥성 등 북부 8개 성은 지난해 말부터 찾아온 최악의 가뭄 때문에 밀의 작황이 현저하게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 최대 밀 생산국인 프랑스와 독일 역시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전역에서 식량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점입가경으로 교역, 즉 유통에도 문제가 있다. 국제적으로 곡물유통의 대부분은 메이저 곡물유통회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국의 카길, ADM 등 이른바 세계 5대 곡물 메이저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은 선물거래보다 현물거래 위주여서 식량 부족 국가들에게 가격의 위험까지 감수하게 한다.

 

식량 무기화를 막아야

  다양한 원인에 의한 식량부족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식량부족은 식량가격 상승을 동반하여 ‘돈 없는 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상위 20%의 경우 11.0%, 소득하위 20%는 18.7% 로 나타났다. 즉, 식료품의 물가가 상승하면 소득수준이 낮은 서민이 고소득층에 비해서 생활이 훨씬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국가 간에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악순환에 따른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또한 식량이 부족하게 되면 돼지나 소 등의 가축 사료가격이 폭등하고 덩달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가격도 오르게 된다. 한마디로 식량의 부족은 전반적인 물가를 상승시켜 애그플레이션(agflation)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더 나아가 미국의 포린폴리시(FP)는 ‘오늘의 식량위기는 지구촌에서 정치적 혁명을 동반한 식량폭동을 유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1.4%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특히 곡물의 자급률은 26.7%에 불과한데 여기서 자급률이 100%넘는 쌀을 제외하면 곡물의 자급률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밀 0.4%, 옥수수 0.9%, 대두 7.1%).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주요 식량수출국에서 식량을 무기화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그래도 정부와 민간기관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국내 식량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유휴농지나 간척지를 개발하고, 농업분야의 예산을 획기적으로 증대하여 전략적인 식량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다. 다음으로 정유회사가 외국유전개발에 참여하여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듯, 해외에 우리의 식량기지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격변동성에 노출되어 있는 현물거래를 지양하고 선물시장을 활용한 수입방식으로 식량의 수입가격 위험요소를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식량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향후 국제적인 식량자원의 무기화가 강화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야만 한다. 더 늦기 전에 식량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대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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