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 향기, 덕성인의 패기
교정의 향기, 덕성인의 패기
  • 박영기(국어국문 86) 동문
  • 승인 2011.09.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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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을 졸업하고 근 20년 만에 다시 교정에 들어섰을 때, 학교엔 특별한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벚꽃향 같기도 하고 오랜 나무 냄새 같기도 했다. 그 향기를 따라 학교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마주치는 후배들의 모습에서 대학시절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문득 겹쳐 보인다. 그때는 가끔 시간을 잊고 옛날 생각에 빠져 든다. 모교에서 강의하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경험하는 일이다.

  불혹의 나이에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학교에 돌아왔을 때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둘이나 둔 주부로서, 아내로서,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지난 몇 년간을 열심히 살았다. 최고가 되진 못했지만 온 힘을 다했고, 울면서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물었다. 그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는데 오늘 교정을 걷다 보니 새삼 깨닫게 된다. 내 안 깊은 곳에 덕성인만이 가지고 있는 끈기와 패기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어디서 공부하든 덕성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게 꼼꼼하게 공부했고 자신을 점검했다. 그런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언제나 마음으로 간절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나의 눈빛을 후배들은 보았을까? 강의하면서 만나는 후배들은 모두 사랑스럽다. 어딘지 모르게 지난날의 나와 닮아있고, 또 전혀 다르다. 수업 시간을 잊고 같이 산책하거나 긴 수다를 떨고 싶기도 하다. 해맑은 웃음으로 대해주는 그들의 젊음이 아름답고, 꿈을 향해 성실히 하루를 사는 모습을 볼 땐 안아주고 싶다.

  그렇지만 가끔 자신의 한계를 미리 가늠해보고 시작도 안 하려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있다. 무척 안타깝다. 다른 학교 학생들처럼 학점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지도 않는다. 모두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는 듯 보인다. 겸손한 것도 좋지만 가끔 확신을 갖고 강력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학생이 되길 바란다. 때문에 자기만의 알맹이를 가진 사람이 되라고 수업시간마다 강조한다. 나이 든 사람의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후배들이 들어준다면 좋겠다.

  교정 곳곳에, 나무에, 꽃에 덕성인의 패기가 숨어 있다. 지칠 때 그곳에 앉아 그 향기와 패기를 느껴보길 바란다. 빼어난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후배들이 좀 더 씩씩하게 꿈을 펼쳐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힘들어할 때 옆에서 손잡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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