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서 마음의 울림을 느끼다
동화 속에서 마음의 울림을 느끼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1.10.10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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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자연, 동심 등 소중하지만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을 되살리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에 글로 씨앗을 심는 작가가 있다. 바로 동화작가 황선미다. 동화라고 하면 가볍고 재미있는 글을 떠올리기 쉽지만 황선미 작가(이하 황 작가)의 작품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결핍이 많고 늘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멋진 세계로 이끌었던 건 무엇보다 책이라고 믿는 황 작가. 황 작가와 책에 대한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를 지탱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꿈
  <나쁜 어린이표> <초대받은 아이들> <마당을 나온 암탉> 등 황 작가의 여러 작품들 중 <마당을 나온 암탉>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책으로 꼽힌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얼마 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인간에게 사육되길 거부하고 양계장을 뛰쳐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다. 양계장 밖엔 목숨을 노리는 족제비와 아름답지만 위험에 무방비한 자연이 있다. 바깥 세상에서 잎싹은 그토록 원하던 알을 품고 자신 속에 숨어있던 바람을 발견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꿈과 자유,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잎싹은 황 작가의 아버지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쓸 당시 아버지가 병환 중이었습니다.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아버지를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했어요. 마지막까지도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을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황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동물들을 의인화시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인간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할 때와 어떤 점이 다를까. “사람대신 동물을 등장시키면 이야기가 훨씬 더 다채로워지고 어린 아이를 넘어 보편적인 사람들 이야기로의 확장이 가능합니다. 또한 동물 어법을 사용하면서 어른과 아이의 어법을 섞어 쓸 수 있죠. 닭의 입을 빌어서 철학적인 이야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말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이 의인화의 묘미라고 할 수 있죠.”

  작품의 소재를 주로 일상의 주변에서 얻는다는 황 작가는 익숙한 사람, 낯익은 일상, 평범한 풍경들이 글을 쓰는데 각각 특별한 의미를 준다고 말한다. 또한 어디를 가든 풍경 하나, 사물 하나를 그냥 스쳐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닭을 보러 양계장에 수도 없이 갔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개가 있다든가, 닭 모이를 빼앗아 먹으려는 참새가 날아온다든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당장 글로 옮기지 않더라도 다른 작품 속에서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작품의 모태가 되는 사건, 스냅사진 같은 어떤 풍경이 하나의 이야기로 거듭나는 일을 경험하는 건 작가로서 매우 큰 기쁨입니다.”

동화 속 숨어있는 어른 이야기
  어린이를 독자로 한 동화는 제약이 많다. 하려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에 맞는 단어를 써야하고, 문장의 길이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동화를 쓰는 이유에 대해 황 작가는 “꼭 등단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동화를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만 아이가 어릴 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제가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짧은 글 속에 이토록 놀라운 재미와 교훈이 있다니!’하고 말이죠”라며 동화를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걸 보여줘야 한다, 이야기가 행복하게 마무리돼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고. “하지만 동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진실에 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동화작가의 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어른으로서 아이의 심성을 잃지 않고 아이의 눈높이로 동화를 쓴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황 작가는 “우리 안에는 아직 달래지지 않은 어린아이가 있다”고 답했다. “글을 쓰는 동안 제 안에 있는 어린이를 발견해요. 이 어린아이가 늘 그 감성으로 오래 살아 숨쉬기를 바랍니다. 세상 이야기를 아이 눈으로 파악하는 게 꽤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른들의 견고한 의식을 차츰 바꿔나가면 어린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즐겁고 설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순수하고 강렬한 호기심으로 충만했던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는 기쁨도 덤으로 주어진답니다.”

  황 작가가 동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황 작가는 글쓰기를 항해에 비유했다. “작품을 시작해서 나아간다는 것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닻을 내린 지점이 사람의 깊은 곳을 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심이 통한다고나 할까요? 제가 생각했을 때 가슴 뜨거워지는 것들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요.”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길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길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길  황 작가는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과 교수직도 맡고 있다. 황 작가는 어린 시절 <나쁜 어린이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었던 학생들이 어느덧 자라 자신의 강의를 듣는 것에 대해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을 했다.

 

  황 작가가 학생들에게 동화를 강의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인물 형상화입니다. 사람에게 고유한 그릇과 성향이 있듯이 동화 속 인물 마다 가져야 할 성품이 있어요. 인물을 철저히 파악하고 묘사하다보면 심리도 드러나기 마련이죠. 동화는 뭐니뭐니해도 이야기의 살을 발라먹는 재미니까 구성력이 중요합니다. 주제를 독특하게 드러낼 줄 아는 작가의 가치관과 문장력도 빼놓을 수 없지요.”

  아동문학 작가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지, 아이들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작가만의 비법이 있는지 물었다. “제 경우에 비추어 짐작해 보자면 유아기와 아동기 때 잔상이 유난히 많은 사람이 아동문학을 하는 것 같아요. 일종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죠. 그런 잔상을 못 떠나보내는 경우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린아이의 말법으로 더 많이 표현되는 게 아닐까요? 제가 만만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삶이 어떨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있죠.”

  작가로 등단한 후 황 작가는 “그냥 엄마로 살지는 않게 됐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지금 와서 뭘 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저로서는 인생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살림이나 가사부담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평범하게 살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된 거죠.”

  황 작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인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인지, 그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비로소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황 작가는 “지금 생각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아도 멋지고 훌륭한 꿈을 간직한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꿈을 간직한 사람은 언제나 세상의 주인공이니까요”라며 학우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전작과 확연이 다르기보다는 일관된 작가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새롭고 성숙한 작품을 쓰고 싶다는 황 작가. 앞으로도 우리의 마음에 의미 있는 닻이 되어줄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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