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우수작
시부문 우수작
  • 덕성여대 기자
  • 승인 2003.11.26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버지 - 홍성희 (영문 01)

아버지
세상에는 녹슬지 않아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목 터지게 소리 질러야 하는 때가 꼬 한번은 있음인가요.
꽃을 버리느 나무의 격한 향기와 함꼐 아침마다 벼들으 무참히 쓰러졌습니다.
성성한 새벽 노을을 손에 묻힌 채 땅 깊은 곳에 어둠을 퍼올리던 삽 한 자루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살 없는 죽은 논 그 흙물에 서늘히 젖어 계셨습니다.
왜 논바닥에 머리를 박고서도 그리 섧게 우는지 우리는 촛불처럼 떨리는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일부러 지붕 새는 얘기만 꺼내식
어찌 제 목숨만 건지려 하시는지요,
죄 없이 약한 저희더러 누굴 용서하라 하시나요,
아버지가 된 일을 후회하지 마세요.
소작인으로 기대 살지라도 더욱 아름다운 갈대처럼 살아 온 당신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오히려 하늘이 보입니다.
구름 밖에도 구름이 있고 하늘 밖에도 하늘이 있습니다.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처럼 가슴 뚫으며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이 있습니다.
다음 올 그 푸른빛 봄을 당신은 보지 않나요.
살찬 당신을 믿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