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이원정(국제통상) 교수
  • 승인 2011.12.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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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은 수필이나 칼럼에서 자주 인용됐고 청소년 필독도서로도 지정됐으니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 소설을 화두로 던진 이유는 지난 여름 우연한 기회에 이 소설을 접하고 난 후 내게 있었던 사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8월 말에 난생 처음 입원을 했다. 중병은 아니지만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파서 부득이 입원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입원하게 된 마당에 딱딱한 전공서적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읽고 싶었던 책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아내가 톨스토이 단편집을 건네줬다. 이 책을 특별히 추천한 이유는 묻지 않았으나 삶에 지쳐 있는 내가 마음의 평온을 찾고 사색의 기쁨을 느끼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에 대해 권력도, 재물도, 명예도 아닌 바로 ‘사랑’이라고 답하면서 어찌 보면 당연하고 통속적인 교훈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사상관은 기독교적인 인간애를 기본으로 한다지만 사랑은 종교를 떠나 강조되는 덕목이므로 딱히 믿는 종교가 없는 나로서도 톨스토이의 결론에 공감했다.

  다음날 아침 검사실까지 혼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는데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분은 휠체어를 밀어 주시기도 하고, 어느 분은 링거호스로 피가 역류하자 응급실로 달려가셔서 조치를 취해 주시기도 했다.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 온 나는 톨스토이의 교훈을 몸소 체험한 하루여서 흐뭇했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며칠 뒤 의사선생님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검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검사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전혀 안내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내가 퇴원할 때까지 의사선생님을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영리를 추구하는 병원에서 의사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의술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환자를 사랑으로 대해야 하는 기본 의무를 망각한 그 의사선생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고 씁쓸하다.

  요즘 학생들은 입시경쟁을 치르자마자 다시 대학에서 취업 전쟁터에서의 생존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학점도 잘 받아야 하고 토익점수도 높여야 하며 특히 진정한 의미의 봉사라기보다는 스펙을 쌓기 위한 봉사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나 또한 수업 중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주려는 노력보다는 학생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판서를 해가며 무역용어를 하나 더 전달하려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를 빌어 잔인하고 이기적이며 냉정한 것만 같은 이 세상에는 아직도 사랑이 존재하며 그 사랑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진리를 학생들이 되새겨 볼 것을 당부하고 싶다. 또한 다가오는 방학에는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읽어 보면서 사랑과 나눔의 가치를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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