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를 알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점을 배웠던 대학교 학생회 활동을 참 소중히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 보이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 보였지만 사실 내 고민을 다른 사람들과 쉽게 나누지는 못했다.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이나마 나의 속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과나 단대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누군가와 그 일을 함께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저 넉살 좋게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 하는 선배, 동기, 혹은 후배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나를 믿어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과 고민, 생각을 그 사람들에게 조금 더 표현하고 보여줘야만 했다. 나는 그렇게 ‘나’에 대해 표현하고 함께 나누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 나갔던 것이다.
자연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급성 백혈병에 걸린 수학과 학우를 돕는 일이었다. 그 학우를 돕기 위해 학내에 헌혈차를 부르고, 헌혈증을 모으고, 모금활동을 했다. 2주에 걸쳐 모은 헌혈증의 양이 약 1,000장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혈병에 걸린 학우를 직접 알지 못했지만 선뜻 도와주고 함께 걱정해 주었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일이 마무리 될 때쯤 평소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경험했다. 5월 초까지 진행된 학교 측과의 등록금 협상,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 개강준비, 농활, 과반 동아리 지원, 스승의 날 행사, 대동제, 실험 실습비 관련 학교와 면담, 구재단 복귀 반대와 관선이사 파견 이사회 및 교육부 면담, 학생총회, 학생회 선거 까지…. 하나하나 다 기억 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나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과학생회장, 과대표, 학생회 집행부원, 그리고 자연대인들 및 덕성인들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과 몫에 충실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위의 모든 일들을 해나가는데 있어 기획력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없었다면 기획도 집행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끔 주변에서 학생회 활동을 후회하지 않는지에 대해 물어본다. 물론 학교 성적이 조금 떨어지고, 내 몸이 너무 피곤하고 바빴지만 사람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사람의 가치를 알게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가치관과 관점은 그 때의 경험이 밑바탕 되어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며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고 있지만, 가끔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었던 그 순간을 다시금 기억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