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속이는 장치
관객을 속이는 장치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3.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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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선’이란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해 미리 독자나 관객에게 넌지시 암시하는 일종의 장치를 뜻한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던 것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속임수 같은 장치도 존재한다. 바로 ‘맥거핀’이다.

  맥거핀이란 서스펜스 장르의 대가라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직접 고안한 장치로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관객을 의문에 빠트리거나 혼란이나 공포를 전달함으로써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초반에 줄거리 전개나 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재처럼 등장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쯤 결국 전혀 상관없는, 쓸모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하나의 극적 장치인 것이다.
  주로 어떤 인물이나 물건, 상황 등이 맥거핀 소재로 사용되는데 이것을 마치 중요한 복선인 양 계속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 그것에 집중한다. 그러나 결국 맥거핀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이 영화는 끝나고 관객은 그제야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히치콕이 감독한 영화에는 맥거핀 효과가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 <사이코>를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여주인공 마리온은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위해 돈을 훔쳐 달아나고, 영화는 마리온이 가지고 다니는 돈가방을 따라다니며 전개된다. 때문에 관객들은 돈가방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하며 돈가방에 집착한다. 그러나 돈가방은 마리온이 모텔에 도착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의 전개를 위한 작은 도구였을 뿐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맥거핀은 관객들이 직접 추리를 하게 함으로써 긴장감을 유발하고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히치콕 감독은 맥거핀의 가치가 의미의 상실, 즉 무가치함에 있다고 말한다. 무의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 무지와 오해로 인한 아이러니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로 이뤄진 히치콕 감독만의 스타일은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맥거핀은 단순히 바람잡이 역할을 할 뿐이지만 관객들에게는 그 이상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비록 실상은 중요하지 않지만 맥거핀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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