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4학년 이해원 학우는 이번 학기 교재 구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원래대로라면 20만 원 가량 되는 돈을 주고 교재를 구입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액수 탓에 섣불리 서점에 들를 수 없다.
등록금 고지서 앞에 한숨 쉬고 간신히 턱을 넘었지만 뒤이어 쌓이는 책값 영수증 앞에 또다시 한숨짓게 된다. 전공서적의 가격은 과목에 따라 한 권당 3만 원에서 20만 원 까지 다양한데 복수·부전공이 필수 졸업요건인 우리대학의 경우 전공서적에 드는 비용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한 한기만 사용하고 대부분 쓰지 않는 교양서적과 참고자료까지 모두 구입할 경우 한 학기 15만 원, 많게는 30만 원 내외를 교재 구입비로 지출해야 한다. 때문에 책을 제본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학기 초 학생회관에 위치한 복사실에 제본을 맡기는 학우들은 하루 평균 150여 명에 이른다. 제본 경험이 있다고 밝힌 강민경(스페인어 4) 학우는 “제본이 불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학생 입장에서 한 권에 수만 원하는 책값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고서적 매매 역시 활발하다. 학기가 시작되면 학내외를 다니며 좀 더 싼 값에 전공서적을 구하려 애쓰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넘치는 ‘수요’탓에 경쟁이 치열해 구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같은 대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해 최근 대학가에서는 자구책 마련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재 물려 쓰기’ ‘중고장터’ ‘공동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책값 부담 줄이기에 나섰고 이에 학생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 측은 “책값 문제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의 비싼 책값은 마냥 불평할 수만은 없는 고질적 문제다. 그렇다고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더 나빠질 것이 없다는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 가까운 곳부터 완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