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주장하는 용기, 그리고 타인을 설득하려는 노력
스스로를 주장하는 용기, 그리고 타인을 설득하려는 노력
  • 이상묵(경영) 교수
  • 승인 2012.05.29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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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는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만큼 대학언론이 지니는 역할과 흐름에 대한 고민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음을 알려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학언론은 정말로 위기에 처해있는가?

  흔히 ‘위기’라는 단어는 급격한 쇠퇴로 인해 조직이나 집단의 존폐가 위협 받는 경우에 사용된다. 그럼 대학언론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학신문과 방송국, 그리고 잡지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대학이라면 이러한 기능의 존재는 매우 당연시되며 이들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이유를 불문하고 오명을 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달리 말한다면 대학이 존재하는 한 어떠한 방식이든 대학언론은 존재할 정당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담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그것은 대학언론의 정당성이 외부로부터 의심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언론의 참여자 스스로에 의해 의심받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내적 정당성이 약한 집단은 항상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일관되지 못한 행동을 하여 오히려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언론의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문제가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자신들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점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대학언론이 활기를 띄었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학신문의 주요한 가치는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하는 ‘학보 보내기’활동의 재료였을 뿐이다. 대학언론이 학내의 담론을 주도하던 시기가 더 과거에는 있었는지 몰라도, 적어도 지난 20년간 그런 경험을 했던 기억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대학언론 참여자들은 위기 의식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스스로의 담론을 전적으로 믿었고 그것을 주장하는 일에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과 만족감은 스스로의 주장을 통해 자신의 주변을 이해하고,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본다.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언론이 독자의 생각을 이끌어 간다고 믿기는 어렵다. 오히려 독자는 자신의 처지와 생각을 대변하는 언론을 선택하고 그 정보를 소비할 뿐이다. 자신의 주장과 관점이 분명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대학언론은 이를 동의하는 누군가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그들이 담론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정보와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언론에 대해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도구이지 아무런 견해도 담기지 않은 자료집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학언론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 답은 ‘모든 독자들이 좋아할 내용을 담는다’가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가 믿고 좋아하는 주제를 진실성과 설득력을 담아 주장한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것을 추구하려 한다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얻을 것이다. 반면 자신이 만족하는 것을 추구하고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도록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노력을 잊지 않는다면, 대학언론은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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