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미래는 동의어다
시작과 미래는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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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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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강이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시작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말로 시작(始作)이라는 말에 만든다, 일한다, 행동한다는 뜻을 포함하는 작(作)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은 시작이 단순히 처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이루는 일을 하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 라틴어와 독일어로 ‘시작한다’는 표현에는 붙잡다의 뜻이 내포돼 있다. 이런 맥락을 자의적 해석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 연결해 보면 시작이란 말에는 마음을 다잡고 구체적으로 행동한다는 뜻도 함의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는 시작이란 과거와 맞닿아 있는 현재를 넘어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 결단적 행위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할까?

  저명한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성과 속>에서 시간과 관련한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인간이 가지는 시간은 반복적이고 가역적으로 무한히 지속되는 종교적인 시간 체험과 시작과 끝을 가지며 일정 기간 동안 지속되는 단절적이고 비가역적인 세속적 시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시간 체험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한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는 역사는 세속적 시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시간도 여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한 두 가지 시간을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만약 일상적 시간을 무한할 정도로 미분할 수 있다면 시간은 무한히 계속되는 시작들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일상의 시간 흐름이란 무한히 계속되는 시작들의 체험인 셈이다. 이것이 이론이라고 치부한다면 현실에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름 아니라 시작에 함의된 결단력과 행동을 매 순간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매 순간을 미분해서 사용하겠다는 단호함과 견고한 실천력이 그 조건이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궁금해 하는 미래는 현재에 우리가 체험하는 모습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대학 모든 구성원의 2학기가 이런 시간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대학의 존립 근거인 교육과 연구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은 모두 대학 구성원들의 일이다. 막스 베버식으로 말하자면 대학 구성원에 부과된 신성한 노동이라고 할 것이다. 대학에 부과된 임무, 아니 재능은 자신과 사회를 위한 올바르고 유익한 지식을 습득하고 만들어 내며, 항상 새롭게 증식시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우리의 부와 자본은 돈이 아니라 이런 의미의 지식이다. 근대 작가 쉴러가 예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외쳤다면, 현대의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돈이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가장 큰 발명품이라고 했다. 포스트 현대의 우리 대학인들은 피상적, 관습적 지식이 아닌 창조적인 새로운 지식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가장 핵심적 발명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대학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그런 지식의 원천지,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대학과 구성원들의 미래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결심과 행위를 향해 열려 있다. 2학기에 우리 모두가 누구나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신이 맡은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 순간 시작의 체험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개강은 그런 체험을 위한 결의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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